임신을 알았을 때, 임신 선배인 친구 하나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된 것을 축하한다 했다.
그렇다. 새로운 세상이 내게 열렸다.
뭔가 다른 부분의 조명이 어두워졌겠지만서도, 현재 내게, 그 새로운 시선은 충분히 신선하다.
마침 그 즈음 조카도 생겼다.
고개도 제대로 못 가누는 막 태어난 조카의 눈웃음을 보며 생각한 것이..
제임스딘도, 서태지도, 임재범도 한 때는 아기였고, 엄마아빠도, 시어머니 시아버지도 아기였다는 사실이다.
길을 가면서 사람들을 쳐다본다.
지나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새삼스럽다.
말끔한 도련님 스타일의 젊은 청년도 있고, 단아하고 평균적인 이목구비를 가진 학생들도 보인다.
연신 중얼중얼거리며 뭔가에 찌든 냄새를 풍기는 노숙인도 있고, 스마트폰에 집중하며 주변은 돌아보지도 않는 까만 가방 까만 옷의 매력이라곤 도통 없어 보이는 남자도 있다. 길가 자판에서 떡볶이를 뒤집으며 지나가는 한무리의 학생들이 혹시 뭘 먹고 가지는 않을까 기색을 살피는 듯한 아주머니와 오징어와 문어다리를 구우며 바로 옆 양말 자판가게 아주머니와 농을 주고받는 아저씨, 다코야끼를 어설프게 뒤집고 계시는 할아버지도 보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들 모두가, 언젠가, 한때는 누군가의 뱃속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어둡고 좁지만 따뜻했을 누군가의 뱃 속.
그 누군가의 이름, 엄마, 흠….
아직은 어색한 이름이다.
'산타클로스딜레마 > 만구개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 셋 낳다가 마흔? (0) | 2012.03.16 |
---|---|
세상에 임신부가 이렇게나 많았나 (0) | 2012.03.14 |
산타클로스딜레마 (0) | 2012.03.14 |
프롤로그 (0) | 2012.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