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듄을 본다.
믿고 읽는 김승옥 번역으로.
듄을 보면서, 또 기버가 떠올랐다.
사실 듄을 보면 온갖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그 책 안에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위한 기도가 있고, 왕좌의 게임이나 하우스 오브 카드도 있고, 십자군 전쟁 이야기와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듄도 하나의 카테고리로 만들어 오래오래 곱씹으며 읽고 싶은 책이다.
다시 기버로 돌아가서.
기버의 기억전달자는 감정과 역사를 포함한 과거의 기억들을 전수받는다.
공동체 내에 기억전달자는 오직 한 사람 뿐이다. 전달자와 인수자가 일시적으로 둘이 될 수는 있다.
다음세대 기억전달자로 선택된 조나스는 선대 기버로부터 앞선 전 인류의 기억을 조금씩 전수받는다.
선대 전달자가 조나스의 등에 맨손을 대고 그 느낌과 감정을 경험하게 해주는 방식으로 전수받는다.
말은 전수인데, 사실상 경험이다.
살짝 판타지한 방식으로 전해지는 경험.
전 인류의 모든 경험이 그렇게 기억전달자에게만 전달된다.
다른 이들은 그 고통스럽고 환희에 찬 감정을 모르고 산다. 편의상.
공동체 내에 어떤 어려운 결정을 해야할 때에만
사람들은 과거를 경험한 기억전달자를 찾는다.
그렇게 조언을 얻는다.
듄에도 공동체에 조언을 해주는 이가 나온다.
이 과거 경험은 한 사람에게 독점된 것은 아니지만.
온 우주 생명체의 과거와 기억을 모두 경험하고 공유하는 존재는 독보적이다.
기원후 1만년 이후의 시대다보니 모든 인류 경험을, 역사를 알기가 어려운 걸까.
일차적으로는 대모들. 진실을 말하는 자.
이차적으로는 주인공 폴. 도망자로부터 황제인듯 아닌듯한 황제가 되는 예언자.
마지막으로 레토황제. 황금의 길을 이어지게 하는 신(god) 황제.
듄 연대기를 읽어가는 누군가의 재미를 망치고 싶진 않다.
기억을 경험으로 아는 존재,
모든 것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기억하는 존재가
듄에도 존재한다는 것만 언급해두고 싶다.
듄 4권에 나오는 레토황제의 도난당한 일기를 인용해둔다.
"내가 내면을 향해 요구하기만 하면 우리 역사에 알려져 있는 모든 전문 지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내가 전쟁의 심리를 다룰 때 의존하는 것이 바로 이 에너지 저장고이다.
부상자들과 죽어가는 사람들의 신음 섞인 울부짖음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전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그런 울부짖음이 뇌리를 떠나지 않을 만큼 많이 들어보았다. 나 자신이 전투 직후에 울부짖은 적도 있었다. 나는 모든 시대에서 부상을 겪었다.
주먹과 곤봉과 돌멩이로 인한 부상, 딱딱한 껍데기가 박힌 가지와 청동검으로 인한 부상, 철퇴와 대포로 인한 부상, 화살과 레이저총과 소리없이 피어오르는 원자폭탄의 죽음의 재로 인한 부상, 혀를 검게 만들고 허파에 물을 채우는 생물학 무기의 침범으로 인한 부상, 빠르게 뿜어져 나오는 불꽃과 소리 없이 천천히 작용하는 독약으로 인한 부상... 나는 이 밖에도 더 많은 부상들을 얘기할 수 있다! 나는 그것들을 모두 보고 느꼈다! 왜 내가 지금과 같은 행동을 하는지 감히 묻는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 기억들 때문에 달리 행동할 수가 없다고, 나는 겁쟁이가 아니고 한때는 나도 인간이었다."
기버와 레토황제는 닮았다.
그리고 다르다.
기버에게는
힘, 권력, 영향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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