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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일기/늘푸른지20

경남 남해, 멸치 마늘 다랑이논 그리고 집밥 여름의 막바지, 어느덧 무릎을 넘겨 자란 벼가 익기 시작했고 성질 급한 논은 벌써 노란빛이 돈다. 이미 올해 첫 수확이 이뤄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밥 힘으로 사는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소식이라, 이번엔 특별한 쌀 재배지를 다녀왔다. 경남 남해 다랭이마을과 그 일대가 이번 여행지인데, 그렇다고 남해가 어떻게 특별한가 묻는다면 좀 난처하다. 카메라에 담기 힘든 남해바다의 절경은 물론, 다랭이 마을의 지게길 정경과 밖에 나와 먹는 집밥의 감동을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어떻게 온전히 전해줄지 걱정이 앞선다. * 다랭이 마을의 아침 새벽부터 밥을 하시는지 주인아주머니 움직임이 부산하다. 한지로 마감한 방문으로 삐걱거리는 나무마루 소리와 아침 빛이 투과된다. 주섬주섬 챙겨입고 나선 산책길. 여름의 막바지.. 2010. 9. 6.
포도밭 옆 갯벌 생태여행, 화성 경기도 화성 기행 경기도 화성 여행에 대한 느낌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의외로 한적하다는 것이다. 서울과 가까운 곳이면 으레 사람들로 붐빌 것 같지만, 화성의 여행지는 지방의 여느 시골보다도 한적하다. 게다가 생태학습과 연관된 여행지가 많아 배울 거리도 많다. 모두가 도시로부터 멀리 떠나려는 휴가철에 나만, 혹은 우리만 서울에서 1시간 거리의 경기도 화성으로 마실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거주지가 수도권이 아니라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말이다. * 마법 같은 시간의 갯벌, 제부도 화성의 드라이브코스부터 밟아보자. 동쪽보다는 서쪽이 좋다. 수원과 인접한 동쪽지역은 식당 등이 요란하게 밀집해 있는 것이, 영 부담스럽다. 좀더 한적하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만끽하려면 위해서는 빈 바다와 여름 포도농장이 펼쳐진 서쪽으로.. 2010. 8. 8.
대관령에 이는 바람. 감자. 숲. 강원 평창기행 덥다.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장마로 습도도 높아 후텁지근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런 때 간절한 것이 한 줄기 시원한 바람. 하지만 바람이라고 모두 같지는 않다. 해발 700m 건너편 산마루에서, 도는 저 멀리 동해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에어컨이나 선풍기의 그것과 종자부터 다르다. 눈에 보이지도, 손으로 잡을 수도 없지만, 찰나의 기억만으로도 한여름 더위를 즐길만하게 바꿔주는 바람을 찾아 평창으로 향했다. 대관령 고원 위에 부는 바람은 잠이 없다. 해발 1140m 드넓은 초지 위에 저 멀리 강릉 바다가 어렴풋이 보이는 이 곳에서 바람은 어쩜 이리 쉬지도 않고 불어대는지. 여기는 바람이 1년 365일 24시간 드나드는 터미널, 삼양 대관령 목장 동해전망대다. .. 2010. 7. 19.
비 오는 안면도, 숨은 ○○ 찾기 충남 태안군 안면도는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과 꽃 박람회 개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관광지다. 휴가철이면 안면도를 관통하는 77번 국도가 몸살을 앓을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사실 이 맘 때 안면도에는 여전히 덜 알려진 여행 거리가 숱하다. 보물찾기 하듯 국도 옆 사이 길을 더듬어 가면 그 끝에 한적한 바다가, 마늘 밭에는 귀한 육쪽마늘을 발견할 수 있다. 길가 간이 농산물집하장이나 노점에는 제철 농산물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바다 속에는 우럭, 꽃게 그리고 고래가 있다. *비 오는 여행길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막 안면도에 진입하는 천수만 A, B방조제에 들어섰다. 양 쪽으로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할 정도로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난다. 왼편으로 평평한 물 밭이, 오른편으로 끝없는 논 밭. 잠시 차를 세.. 2010. 6. 30.
하회마을에서 헤매다 2010년 5월 안동 기행 봄의 한 가운데. 초여름을 향해 생동하는 산천을 만끽하며 한 숨 돌릴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산천초목과 어우러진 한옥집에서 쉬어가며, 원기회복을 돕는 특산물도 손에 쥘 수 있는 곳. 마(산약)로 이름난 경북 안동이다. 하긴, 부산까지 내달려야하는 낙동강도 하회마을 즈음에선 마을을 휘돌며 쉬어가지 않던가. 이번엔 안동(安東)이다. @ 한옥에서의 하룻밤 저녁 무렵의 마을은 평온했다. 햇빛도 땅에 눕다시피한 시간. 낮은 담 사이로 펼쳐진 안동 하회마을의 골목길 정경이 사람 마음을 푸근하고도 노곤하게 한다. 어디선가 밥을 짓는지 연기냄새도 난다. 입구에서 미리 전화해둔 한옥 민박집만 찾아 몸을 누이면 되는데. 헌데, 도무지 찾아갈 수가 없다. 집집마다 문 앞에 번지를 뜻하는 숫자가 적.. 2010. 5. 30.
봄 햇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충남 논산 2010년 4월 논산기행 봄이면 찾아오는 그 분이 오셨다. 오후면 어김없이 온 몸을 나른하게 만드는 춘곤증. 꽃나무는 해가 높아지면 형형색색 화려한 망울을 터뜨리는데, 사람이란 동물은 빛에 이렇게나 다르게 반응한다. 대책 없이 피곤한 우리 몸에 필요한 것은 상큼한 비타민 C. 마침 세상에는 봄이 제 철이며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이 있다. 딸기! 그래서 이번에는 충남 논산의 딸기 체험농장을 찾았다. * 비닐커튼 안 비밀의 정원으로 비밀의 정원에 들어서듯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내딛는다. 비닐하우스의 하얀 비닐 장막을 걷고 들어간 딸기 농장 안은 달큰한 향이 살짝 감도는 듯도 하고, 햇빛이 유난히 눈부신 듯도 하고, 바깥보다 좀 더 따뜻한 듯도 하다. 입고 있던 외투는 얼른 벗어버렸다. 온실 속의 화초란 말처.. 2010.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