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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일기20

해리포터 3편 시간의 이편 (스포일러 있습니다) 시간을 다루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벤자민 버튼 이야기, 테드 창의 단편집에 등장하는 미래 또는 과거로 가는 문 이야기, 완전히 다른 차원의 시간이 나오는 인터스텔라, 스타워즈 반란군 시리즈의 어느 시간으로든 닿을 수 있는 포털 이야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아직 못 봤는데 이것도 재미있겠지요?! 최근 디즈니의 로키 시리즈도 시간여행 이야기를 다룬다던데, 시간 왜곡은 2000년대 인기 테마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 사람에게 있어서 시간은, 확실히, 균등하게 흐르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것을 하는 시간은 빠르게 지나고, 재미없는 것을 하는 시간은 더디게 흐르죠. 좋은 기억은 계속해서 반복될 수 밖에 없고, 너무 싫은 기억은 개인을 지배.. 2023. 10. 25.
맡겨진 소녀 Foster I stand there breathing, making the sounds for a while to hear them coming back, one last time. Then I bend down with the bucket, letting it float then swallow and sink as the woman does - but when I reach out with my other hand, to lift it, another hand just like mine seems to come out of the water and pulls me in. p.76 Claire Keegan, faber 데칼코마니 작품처럼 너무나 예뻤던 장면. 동굴같은 우물에서 벌어진 풍경. 아이는 이 일로 맡겨진 .. 2023. 7. 31.
호밀밭의 파수꾼 「멈추고 싶지 않았다」 홀든 콜필드는 학교에서 또 쫓겨났다. 이번이 대략 네 번째다. 이번 퇴학의 이유는 낙제. 성적이 안 나와서다. 그는 학교를 또 그만두게 되었지만, 내 뜻과 아무 상관없이 흐지부지 부유하듯 학교를 떠나는 것은 더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름의 작별의식을 치르려고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 정한 방식으로. 추운 날이었다. 학기말 학교 대항전이 열리는 운동장 위쪽에서 열광의 도가니에 쌓인 학교 전체를 바라보고 있다. 홈팀 경기의 이점을 살려 대대적인 응원이 펼쳐지는 전통 명문 펜시고등학교의 대동단결 현장인데, 그에게는 그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상대팀 기분을 오징어로 만들어버리는 치사한 수법이다. 그래도 애써 뭔가 아련하거나 좋은 것을 떠올리려 한다. 이제 이 학교와는 마지막이니까. 곧 작별할 테니까.. 2023. 6. 19.
쓰고 달콤한 직업 언제나처럼 나에게 리뷰를 쓰게 하는 것은 의외의 울림을 얻은 책이다. 천운영 도 그러했다. 고전문학 읽고 쓰는 엄지작가 모임에서 쓰기 주제를 정했다. 고전문학과 음식으로. 그러면서 참고도서로 얻어 걸린 책이다. 솔직히 누군가 이런 책이 있다 했고, 마침 집 앞 도서관에 있길래 빌려갔다. 슬쩍 들춰보기만 했을 뿐 읽을 마음이 없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 중에도 안 읽고 반납하는 책 많다. 이 책도 그런 책이라 여겼건만. 아 이런. 역시나 허를 찔렸다. 이 책은 주파수가 나에게 맞춰져 있다. 먹는 것에 진심인 그녀가 '돈키호테의 식탁'이라는 스페인 식당을 열고 주방에서 일하면서 겪고 생각하고 느낀 바가 기록되어 있다. 관광객처럼 체험하거나 기자들처럼 취재한 게 아니고 식당으로 하루 하루를 유지한 기록이다. .. 2023. 4. 18.
이방인에서 한 구절 그 개의 진짜 병은 늙음인데 늙음은 낫는 것이 아니었다. 알베르 까뮈 민음사 p.62 2023. 4. 10.
요즘 최근에 고리오 영감을 봤고. 데미안을 들춰봤고. 변신을 읽어내렸고. 도리언그레이의 초상을 경험하고 있다. ​ ​ 발자크는 현재의 나와 내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게 한다. 우아한 백조를 가리키며, 그 고귀한 몸짓과 깃털 사이사이 벼룩과 묵은 때의 흔적을 보여준다. 수면 아래 끊임없이 계속되는 동전 소리 가득한 발길질도 함께. ​ 헤세는 어린 시절 아이의 나를 보게 한다. 파묻혀있던 내 원형을. 괜찮으니까 묻어두지 말고 들여다보라고. 고유의 감각과 거울을 믿지 않던, 수줍은 아이를 보여준다. ​ 카프카는 내게 뭘 요구하지 않았다. 너무 달리지만 마. 가끔 쉬었다 가면 어때. 변심하지 않았던걸 알려주려면 절대 변신하면 안돼. 뭐 그게 네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알고 있으라고. 어깨를 한번 툭 치고 갈 .. 2023.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