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기일기

요즘

by 은지용 2023. 3. 12.

 

최근에
고리오 영감을 봤고.
데미안을 들춰봤고.
변신을 읽어내렸고.
도리언그레이의 초상을 경험하고 있다.





발자크는 현재의 나와 내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게 한다. 우아한 백조를 가리키며, 그 고귀한 몸짓과 깃털 사이사이 벼룩과 묵은 때의 흔적을 보여준다. 수면 아래 끊임없이 계속되는 동전 소리 가득한 발길질도 함께.



헤세는 어린 시절 아이의 나를 보게 한다. 파묻혀있던 내 원형을. 괜찮으니까 묻어두지 말고 들여다보라고. 고유의 감각과 거울을 믿지 않던, 수줍은 아이를 보여준다.



카프카는 내게 뭘 요구하지 않았다. 너무 달리지만 마. 가끔 쉬었다 가면 어때. 변심하지 않았던걸 알려주려면 절대 변신하면 안돼. 뭐 그게 네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알고 있으라고. 어깨를 한번 툭 치고 갈 뿐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내 실수들을 보여주려 한다. 자의식 과잉 또는 감정의 절정에서 행한/행할 수 있는 실수들을 드러내게 한다. 그것들의 끔찍함과 아름다움이 보인다. 끔찍함에서 아름다움을 보는 건 미친 사람 아니던가. 네로황제같은? 내가 미쳤나? 난 힘이 없으니까 괜찮나? 언제나 내게도 그런 마법의 초상화가 있었으면 했는데. 이제야 좀 두렵다. 떨린다.

'읽기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쓰고 달콤한 직업  (0) 2023.04.18
이방인에서 한 구절  (0) 2023.04.10
Crying in H Mart  (0) 2022.12.11
달러구트 꿈백화점  (0) 2022.06.24
직업의 팔할은 우연  (1) 2022.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