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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일기

달러구트 꿈백화점

by 은지용 2022. 6. 24.

 

 

감정이 화폐가치를 가진다면?

눈물많고 웃음많은 우리집 아이들은 재벌급 부자겠네...

 

 

베스트셀러라고 좋아서 보진 않는다. 믿는 친구가 추천해준 책 가운데 하나이기에, 어렵게 직장 인근 작은 도서관에서 대기예약을 하고, 몇주를 기다려 받아들었다. V-club에서 데미안을 시작한 터라, 그 파도치는 바다 한가운데서 표류하는 와중이라, 도저히 펼칠 짬이 없었으나. 어떻게 빌린 책인데하며 지난 토요일에 시작하고 일요일에 다 봤다. 후루룩.

 

이야기는 흡입력있고, 나는 책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산타할아버지 선물 이야기를 꿈으로 풀어간 재치에 흐뭇했고.

트라우마란 엄청난 상처인 동시에 그 상처를 이겨내 현재 살고 있는 '나'에 대한 증거란 점에 무릎탁했고.

미래의 시간을 가진 신의 후손이 제작하는 태몽 등 꿈 제작자 이야기들에 이마를 쳤다.

죽어가는 사람이 소중한 다른이에게 선물하는 주문제작 꿈 얘기에는 눈가가 뜨거워지기도 했다. 엄청 담담한 꿈이었는데 거참. 스토리는 대체로 소소한데. 그 밑에 흐르는 메세지가, 아이디어가 반짝거린다.

 

사람들이 렘수면 단계에 들어서면, 달러구트 꿈백화점을 비롯해서 꿈 가게들이 즐비한 곳에 입장한다. 잠든 모습 그대로. 민망한 모습일 경우엔 '녹틸루카'들이 알아서 찾아와서 수면가운과 수면양말을 입혀준다. 사람이나 동물들이 꿈을 고르고 가져가서 꾼다. 꿈에서 깨면서 든 나의 (구매자의) '느낌'이 달러구트 꿈백화점에 지불된다.

 

여기서는 우리의 감정이 돈이 된다. 햄버거 하나가 1 고든인데, '설렘'의 장중 시세가 180고든, '성취감'은 200고든 넘게 거래가 된다. '안락함'을 사서 집안 가구에 뿌려두면, 의자에 앉는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호받는 기분이 든단다. '분노' 한 방울이면 벽난로의 불을 일주일은 활활 타오르게 할 수 있어서 난방비 절약에 도움이 된단다. 설렘, 자신감, 성취감 같은 것은 아마 어려운 상황에서 나를 견디게 해주고, 나를 고무시켜주는 힘으로 쓰이지 않을까. 꿈 제작에도 쓰일 수 있겠다.

 

아무도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그 시간, 잠자는 시간에 이야기를 부여하고.

별 쓸모 없어보이는 거추장스러운 감정들에, 가치를 부여한 아이디어가 참 참 참 좋았다. 역시 요즘은 감정에 주목하는 시대인가 싶기도 했고.

 

한편으론 바로 그 반짝거리는 부분이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그 시간, 잠자는 시간에 이야기를, 또 하나의 우주를 부여한 점이 사랑스러우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버스든 엘리베이터든 시선 닿는 곳이라면 여기저기 광고가 붙는 현실이 떠오르기도 했다.

인간의 상상력은 잠자는 시간도 빈틈으로 남겨두지 않는구나. 싶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만든 책이라는데....

2권도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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