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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232

지킬앤 하이드 「내가 이름 붙일 수 없는 상황」 -지킬 박사가 어스시의 게드였다면- 이름이 아주 중요한 세상이 있다. 어슐러 K. 르 귄의 소설 의 세상이다. 지킬과 하이드 얘기의 배경이 되는 1800년대 후반 영국 런던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사실 이 책을 보는 내내 어스시의 마법사 첫 번째 이야기가 떠올랐다. 타고난 자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다가 그림자를 문 밖에 풀어놓게 되고, 그 공포스러운 그림자의 정체를 풀어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랬던 것 같다. 어스시 Earthsea 세계에서는 사물의 진짜 이름을 아는 것이 마법의 시작이다. 그 세상에서 이름은 누군가 흔히 불러주는 수단 그 이상의 뜻이 있다. 이름은 그 존재의 속성이다. 어스시에서 사물의 이름은 꿰뚫어보는 자만이 알 수 있도록 감춰져 있고, 진짜 신뢰하는 친구끼리만 자신의 이름을 공유한.. 2023. 2. 17.
지킬앤 하이드 「하이드 씨를 잘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https://brunch.co.kr/@7bef61f7eaa2497/14 하이드 씨를 잘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도서관 책에 낙서하는 하이드 씨 | 엄지작가 1기 멤버들과 지난달 말쯤 만났다. 지난 한 달간 몇 꼭지 끄적거리고 나눈 뒤라 더 할 얘기가 많았고, 책 이야기로 이렇게나 즐겁게 brunch.co.kr 엄지작가 1기 멤버들과 지난달 말쯤 만났다. 지난 한 달간 몇 꼭지 끄적거리고 나눈 뒤라 더 할 얘기가 많았고, 책 이야기로 이렇게나 즐겁게 떠들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좋았다. 2월에는 와 을 읽고 쓰기로 했다. 지난번 수다 때 번역본 마다 뉘앙스 차이가 있다는 점으로도 신나게 떠들었기에, 이번에는 여러 여러 번역본을 빌려서 보고 싶어졌다. 민음사 번역본과 옥스포드 출판사의 영어 원서가 집에 .. 2023. 2. 12.
강릉 아르떼 뮤지엄 미디어 아트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작가의 이름은 보지 못했다.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경험. 시각 뿐 아니라 청각과 촉각도 자극하는 어떤 예술 경험. 혹은 입장료 내고 들어가 놀이공원처럼 즐기고 나오는 테마파크? 찰스 스트릭랜드는 뭐라고 할까. 나는 이 경험들이 너무나 신선하고 자극적이고 놀랍고 좋으면서도. 어딘가 진짜가 아닌데 진짜 같다란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 이야기를 듣거나 봤다면 좀 달랐을까. 그래. 작가 얘기가 더 보고 싶었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그들의 문장, 이야기를 알고 싶었다. (위 작품은 물론 손대면 안된다….) 자신이 색칠한 거북이, 호랑이, 봉황 등을 스캐너에 인식시켜 커다란 일월도 속에서 움직이게 하는 미디어 아트도 있었다. 아이들이 스캔 50개쯤 한 것 같다. 나중에는 색.. 2023. 2. 10.
데미안 「그것은 아버지의 신성함에 그어진 첫 칼자국이었다」 각성의 발견 https://brunch.co.kr/@7bef61f7eaa2497/13 그것은 아버지의 신성함에 그어진 첫 칼자국이었다 각성의 발견 | 친구들은 말한다. 은 어렸을 때 훨씬 좋았다고. 그들이 말하는 어렸을 때란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던 10대를 이른다. 보통 사춘기라고 부르는 그 시즌이다. 도대 brunch.co.kr 친구들은 말한다. 은 어렸을 때 훨씬 좋았다고. 그들이 말하는 어렸을 때란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던 10대를 이른다. 보통 사춘기라고 부르는 그 시즌이다. 도대체 이 책의 무엇이 그 때의 우리와 만났기에 참 좋았을까. 나는 십대 때 이 책을 보지 않았다. 몇 안되는 내 친구들은 책을 좋아했고 데미안에 열광했다. 주변에서 좋아하기에 나도 당연히 본 줄 착각했다. 마흔 넘어 북클.. 2023. 1. 30.
데미안 「나무가 죽은 것은 아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유년은 나의 주변에서 폐허가 되었다. 부모님은 어느 정도 당황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누이들은 아주 낯설어졌다. 각성이 나의 익숙한 느낌들과 기쁨들을 일그러뜨리고 퇴색시켰다. 정원은 향기가 없었고 숲은 마음을 끌지 못했다. 내 주위에서 세계는 낡은 물건들의 떨이판매처럼 서 있었다....(중략)… 그렇게 어느 가을 나무 주위로 낙엽이 떨어진다. 나무는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비, 태양 혹은 서리가 나무를 타고 흘러내린다. 그리고 나무 속에서는 생명이 천천히 가장 좁은 곳, 가장 내면으로 되들어간다. 나무가 죽은 것은 아니다. 기다리는 것이다. p.90 민음사 헤르만 헤세가 쓴 에서 주인공 싱클레어의 본격 사춘기를 여는 글이다. 사실은 두 번째 챕터 ‘.. 2023. 1. 29.
달과 6펜스「생각의 짐을 벗어버리는 보람」 내가 여기에서 얻는 가르침은 작가란 글쓰는 즐거움과 생각의 짐을 벗어버리는 데서 보람을 찾아야 할 뿐, 다른 것에는 무관심하여야 하며, 칭찬이나 비난, 성공이나 실패에는 아랑곳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p.16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요.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p.69 우리는 마치 이국 땅에 사는 사람들처럼 그 나라 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온갖 아름답고 심오한 생각을 말하고 싶어도 기초 회화책의 진부한 문장으로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사람들과 같다. 머리 속에는 전하고 싶은 생각들이 들끓고 있음에도 기껏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따위인 것이다. p.212 쓰는 이유에 대.. 2023. 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