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231

가슴 아픈 사건 2022년 10월 한달 간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 을 읽었다. V-club 선생님이 텀블벅 펀딩으로 발행한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매일 아주 짧은 분량 - 10줄에서 20줄 내외- 원서를 읽고 녹음하고, 생각하고, 되짚어보고, 짧은 느낌이나 생각을 톡으로 나누고, 그러면서 또 되짚어보게되는 프로그램이었다. 한 방에 10명 내외의 사람들과 함께 했다. 마지막 챕터를 읽고 제임스 더피의 완벽한 침묵과 어둠 속에 함께 잠길 때 즈음이 할로윈이었고, 이태원 참사 사건이 발생했다. '가슴 아픈 사건'이란 단어로 담아낼 수 없는 일. 소설 속 신문기사와 그 제목처럼, 당사자에게는 저 단어와 문장으로 닿지 않는 슬픔, 분노, 허망함, 안타까움, 그리움이 있을 것이나. 나로썬 그 근처도 갈 수 없을 것이다. 더피씨의 슬.. 2022. 11. 5.
석파정 서울미술관 석파정 서울미술관 10주년 기념전시에 다녀왔다. 아주 좋았다. 전시제목은 "두려움일까 사랑일까"인데, 사실상 한국 근현대회화 베스트 오브 베스트전시회 같았다. 김환기, 유영국, 김창렬, 김기창,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 이우환, 이왈종, 한묵 등등. 미술에 관심이 조금 있는 사람이라면, 화가 이름은 몰라도 그림만 보고도 "아! 이 그림~" 할만한 것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다. 미술관은 인왕산과 북악산 산골짜기에 숨어있는 서울 아닌 서울, 부암동에 있다. 경복궁과 청와대 서쪽 뒤편의 그 곳. 동네는 참 비사교적인데 전시회는 참 사근사근하더라. 그림 옆에는 으례 그렇듯 작가 이름과 작품 완성연도, 작품설명 몇 줄 정도가 적혀있기 마련이다. 이번 전시에는 그 옆에 명패가 한 두가지씩 더 있었다. 작품의 뒷면 .. 2022. 10. 25.
듄과 기억전달자 요즘 듄을 본다. 믿고 읽는 김승옥 번역으로. 듄을 보면서, 또 기버가 떠올랐다. 사실 듄을 보면 온갖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그 책 안에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위한 기도가 있고, 왕좌의 게임이나 하우스 오브 카드도 있고, 십자군 전쟁 이야기와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듄도 하나의 카테고리로 만들어 오래오래 곱씹으며 읽고 싶은 책이다. 다시 기버로 돌아가서. 기버의 기억전달자는 감정과 역사를 포함한 과거의 기억들을 전수받는다. 공동체 내에 기억전달자는 오직 한 사람 뿐이다. 전달자와 인수자가 일시적으로 둘이 될 수는 있다. 다음세대 기억전달자로 선택된 조나스는 선대 기버로부터 앞선 전 인류의 기억을 조금씩 전수받는다. 선대 전달자가 조나스의 등에 맨손을 대고 그 느낌과 감정을 경험하게 .. 2022. 9. 11.
다이몬 "소크라테스는 머릿속에서 여러 목소리, 아니 하나의 목소리를 들었다. 소크라테스는 그 목소리를 다이몬이라고 불렀다." -에릭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중에서 2022년 8월 휴가지의 비오는 해변에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인용부분 읽다가 두둥-했다. 데미안이라는 이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 속에서 솟아오르는 것도 떠올랐다. *Daemon 그리스어 다이몬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과는 별도로, 산천초목을 지배하고 인간 생활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는 초자연적인 힘에 붙인 이름. 옥스포드 사전에서 연관 단어로 제시한 것 ; Insiring force, Genius, Numen, Demon, Tutelary Spirit ... *언젠가 누군가 'insptiration'에 대해 해준 .. 2022. 8. 13.
나는 왜 너를 싫어하는가 If you hate a person, you hate something in him that is part of yourself. What isn't part of ourselves doesn't disturb us. (p.97)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 모습에서 바로 우리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무언가를 보고 미워하는 거지. 우리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것은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민음사 p.149) 피스토리우스가 싱클레어에게 너 자신을 좀 더 믿어봐 하며 해주는 말이다. 옛날에 초등 고학년때 정말 싫어하던 아이가 있었다. 또렷이 생각나는 그 아이. 그 아이의 잘난척이 봐주기 힘들었다. 그러다가 그해말인지 몇년 후인지, 학교 명상시간이었는지, 무슨 시간이었는지, 저 비슷한 이.. 2022. 7. 17.
Jung. Frau Eva 데미안을 보다보면 내가 엄청난 존재로 느껴진다. 헷세가 인간에 대해 갖고 있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프롤로그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은 그저 그 자신일 뿐 아니라 일회적이고, 아주 특별하고, 어떤 경우에도 중요하며, 주목할 만한 존재이다. 세계의 여러 현상이 그곳에서 오직 한 번 서로 교차되며, 다시 반복되는 일이 없는 하나의 점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중요하고, 영원하고, 신성하다"고 언급했다. 그 때도 생각했다. 정말? 모든 사람이 그렇게 귀한가? 지하철에서 만나는 이름 모르는 피곤에 찌든 그 얼굴들도? 마냥 화가 나있는듯한 그 얼굴도? 먹방이나 예능방송보며 혼자 키득키득하는 저 사람도? (이것에 대해선 모두가 인간이 되라고 자연이 던진 돌이지만, 파충류에 멈추거나 상하반신이 다른 괴상한.. 2022.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