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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일기/이곳에서

날씨 이야기

by 은지용 2024. 10. 2.

 

날이 갑자기 쌀쌀해졌다.

 

엊그제만 해도 너무 덥다고, 사무실에서 낮에 에어컨을 켰는데. 오늘은 책상 아래 온열기구를 켰다. 컨테이너 사무실이라 바깥의 온도변화에 더 개방적이다. 다리가 추웠다. 협착증이 있는 사장님은 발이 시리다고 하셨다. 비염인 친구들은 오늘을 기점으로 일제히 콧물이 난다고 톡방에서 한 마디씩 했다. 이렇게 극적일 수가. <이방인>의 뫼르소가 태양 때문에 방아쇠를 당기게 되는 게 이해가 될 정도의 더위에서 곧바로 추위로 넘어가나 보다. 벌써 걱정이다.

 

날씨 얘기로 대화를 트는 것이 너무 가식적으로 느껴졌었다. 그냥 본론으로 들어가지, 웬 꾸밈이 이렇게 많아 싶었더랬다. 곁다리 말고 중요한 이야기로 바로 연결되고 싶었더랬다. 그래서 하려는 말이 뭔데? 이제 보니. 세상에 날씨만큼이나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도 없다. 

 

날씨에 따라 우리 기분은 얼마나 크게 좌우되는지. 맑고 높은 하늘에 양털구름 떠 있는 날에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비가 며칠 동안 연이어 내리면 기분이 가라앉을 뿐 아니라 관절도 반응한다. 눈이 오면 미끄러질까 걱정이다. 운전도 어려워지지만, 만에 하나 미끄러져 다리뼈나 골반 뼈가 부러지기라도 한다면 인간존엄성은 접어두어야 하지 않던가. 소설 <삼체>에서는 태양이 3개인 우주에서 예측불가능한 날씨 때문에 외계인들이 지구를 장악하기 위해 떠나면서 온갖 사달이 일어난다. 지구는 멸망하기 직전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날씨는 정말 근본적인 문제이자 답이자 현상이자 원인이다.

 

내일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https://brunch.co.kr/@7bef61f7eaa2497/108

 

날씨 이야기

생각보다 근본적이고 중요한 | 날이 갑자기 쌀쌀해졌다. 엊그제만 해도 너무 덥다고, 사무실에서 낮에 에어컨을 켰는데. 오늘은 책상 아래 온열기구를 켰다. 컨테이너 사무실이라 바깥의 온도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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