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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litary restaurant dinner" chapter 3 3 챕터에서 나를 사로잡은 부분은 휘황찬란하고 이상요란한 개츠비의 파티보다 무슨 향수 광고 같은 닉의 상상이다. 뉴욕 금융가에서 업무를 시작한 닉. 업무에 나름 열심히 임한다. 직원들과 증권 판매인들과 격의없이 지냈다. 점심은 어둡고 혼잡한 식당에서 혼자 먹었다. 저녁은 예일 클럽에서 먹고, 도서실로 올라가 업무 관련 서적을 파고, 경리 부서에서 일하는 여자와 잠깐 연애를 하기도 했다. 연애는, 대부분의 흘러가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흐지부지 쫑났다. '날씨가 괜찮으면 달콤한 밤공기를 음미하며 매디슨 애비뉴를 따라 머리힐 호텔을 지나 33번가 너머 펜실베니아 역까지 걸어가곤 했다.' 이 같은 일상은 매우 우울하기도 하고 괜찮기도 했다. 나는 뉴욕이라는 도시, 밤이면 역동적이고 모험적인 분위기로 충만한, 남.. 2023. 5. 28.
"This is a valley of ashes" chapter 2 환타지물을 너무 많이 봤나. '재'라는 단어를 대하면 자동적으로 '불사조'가 떠오른다. 불 타고 남은 재에서 다시 살아나는 죽지않는 새, 불사조. 2챕터에서 재를 언급하는 문장을 보는 순간에도 그러했다. 죽지 않는 새, 영원히 사는 새가 떠올랐다. 영원히 죽지 않는 것인지 살지 않는 것인지. 계속 죽은 새인지 사는 새인지. 암튼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그 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고 죽는 게 죽는 게 아닌 그 새. This is a valley of ashes - a fantastic farm where ashes grow like wheat into ridges and hills and grotesque gardens; where ashes take the forms of houses and chimn.. 2023. 5. 28.
엄지살롱의 식탁 오후의 살롱 안은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프랑켄슈타인, 달과 6펜스, 데미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고리오 영감 ... 오래전, 그러니까 적어도 70년 전 초판이 나온 고전 문학이다. 책 페이지마다 누군가의 손길이 머문 흔적이 있다. 천천히 읽고, 쓰면서 읽고, 바꿔 읽고, 여러 번 펼쳐 본 흔적이다. 책이 테마인 살롱이다. 한 권을 골라 색 테이프가 붙은 부분을 눈으로 따라갔다. 오후의 태양 빛 안에서 시간은 잠이 든다. Time has fallen asleep in the afternoon sunshine. Ray Bradbury 의 한 구절. 책이 혼란의 근원으로 지목된 세상, 책을 단속하고 불태우러 나간 몬태그가 자기 어깨 위로 쏟아지는 책들 가운데 우연히 마주한 문구다. 상상.. 2023. 5. 26.
앤의 식탁을 차렸다 *여행가방을 끌다 여행 가방을 끌고 있다. 덜덜 덜덜. 지름 3cm 정도의 바퀴 2쌍이 가방을 받치고 있다. 손잡이를 잡은 오른쪽 손목에 아스팔트 길의 오돌토돌한 표면이 그대로 전달된다. 작고 작은 아스팔트의 산을 넘고 넘어 앤의 식탁을 차리러 가는 길이다. 진동이 온몸을 울린다. 가방이 점점 무거워진다. 목적지는 이수역 인근 하나교회 공유주방. 처음 가 보는 곳이다. 우연히 인연이 닿은 곳이다. 교회라니까 오늘 앤 식탁의 초청객인 '마을에 새로 부임한 앨런 목사 부부'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식탁은 어떻게 차려질까. 어떤 시공간이 될까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그날의 앤처럼. 집에서 나왔을 때에는 가뿐했다. 버스정류장까지 이어진 길은 한적했다. 4월의 좋은 날 오후 6시, 완만한 각도의 햇빛에 기분이 유.. 2023. 5. 21.
“It was hard to realize” chapter 1 벌써 여러 번 열었다 덮었던 책이다. 1 챕터 이상 진도가 안 나갔다. 고등학교 친구가 데이지가 옷을 끌어안으며 우는데 너무 공감됐다고 재미있다고 추천해줬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도 아주 많이 추천해줬지만. 나로선 데이지와 톰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첫 챕터에 나오는 그들의 겉도는 대화, 쓸데없이 장식적이고, 맥락 없이 화려하기만 한 그들의 이야기가 어려웠다. 영화를 봐도 파티며 사교계가 썩 와닿지 않았다. 그렇게나 부유한 생활도 도무지 상상이 안 됐다. 책을 겉돌았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닉이 톰을 보고 서술하는 것처럼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 또래의 젊은이가 그처럼 부유하다는 건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는 일이다. p.17 스콧 핏츠제럴드 문학동네 It was hard to realize t.. 2023. 5. 13.
앤의 식탁을 차리다 빨강머리 앤의 식탁 재현 현장 목사님 부부 초대 상차림, 들장미와 고사리 장식 + 바닐라 빠진 레이어케이크 + 닭고기젤리 등 엄지작가 5인의 유별나고 고상한 만찬 빨강머리 앤의 한 장면 맛있는 이야기로 살아나다 지난 5월 9일 밤, 서울 이수역 인근 공유주방에서 유별난 만찬이 열렸다. 장미가 그려진 찻잔에 따뜻한 꽃 차가 채워졌고, 딸기잼이 층층이 발린 레이어 케이크가 가운데 놓였다. 닭고기 젤리, 과일 타르트, 통밀빵 등이 함께 차려진 식탁은 장미와 고사리 닮은 풀로 장식됐다. 엄지작가 5인이 주최한 의 앨런 목사 부부 초대 식탁 재현 현장이다. 그 특별한 순간을 엄지일보에서 다녀왔다. 서울 이수역 뒷편. 평일 주택가 저녁. 조용한 골목길의 공유주방이 환하다. 식탁에는 케이크과 쿠키, 잼, 장미꽃 등이.. 2023.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