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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읽기80

냄새가 사라졌다 2022. 3. 27. 일요일 지난주 일요일 이맘때 희미하게 느꼈다, 냄새가 희미해졌다는 것을. 남편이 라면을 끓이고 있었고, 큰 아이가 멀리서 "라면 냄새다!"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평소 같으면 내가 먼저 맡았을텐데, 내 감각기관에는 아무런 자극이 없었다. 하루가 지난 후 나는 확진자가 됐다. 요즘 유행하는 감염병 코로나 19에 감염되었다고 확실하게 병원에서 진단받았다. 코로나 19는 나에게 그렇게 아픈 병은 아니었다. 타이레놀 3~4알 정도 먹었고, 평소에도 찾아먹는 오메가3, 강황, 비타민C 외에 다른 약이나 보조제는 필요없었다. 하루이틀 머리가 아팠고, 하루이틀 콧물이 났고, 반나절 정도 코막힘 있었고, 또 다른 반나절엔 가래가 있었던 듯 싶다. 끙끙 몸져 눕는 상황은 없었다. 변덕스러운 감기와 .. 2022. 3. 28.
BOOK ONE/ 그 남자, SYME 책에 사임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주인공 윈스턴의 가까운 동료이다. 책에선 동지의 개념이지만, 윈스턴은 동지들 가운데서도 좀 더 같이 있기에 즐거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You did not have friends nowdays, you had comrades; but there were some comrades whose society was more pleasanter than that of others. (Signet, P.48) 그는 땅딸막하고, 안경을 낀 똑똑한 언어학자로, 살짝 변태스러운 느낌이 든다. 그도 윈스턴처럼 내부당원이다. 그는 '신어사전' 편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당에 완전히 충성하는 정통파(orthodox)이지만, 타고난 심미안과 그에 대한 욕망으로 인해 정통파로 남아있기에 살짝 .. 2022. 3. 13.
BOOK ONE/ 이분증오 일상 1984에서는 2분증오라는 루틴이 나온다. 책 속 사람들은 업무 중간에 반드시 매일 2분씩 다같이 모여, 당이 준비한 어떤 영상을 보며 함께 광분한다. 영상은 조금씩 달라도 큰 맥락은 같아서 공공의 적 골드스타인을 폄하하고, 적국의 군사에 분노하며, 빅브라더에게 구원받는 흐름을 담고 있다. 고대 희생제의 같기도 하고, 얼핏 부흥회 같기도 한 모습이다. 훨씬 짧고 폭력적으로 만들어 일상화했지만 말이다. 주인공 윈스턴은 이 2분 증오를 매우 탐탁치 않게 인식하지만, 가장 마음에 안드는 부분은 앉아 있다보면 자기도 같이 광분하게 된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내 의지와 상관없이. The horrible thing about the Two Minutes Hate was not that on.. 2022. 2. 9.
기억전달자 4부작 로이스 로리 Lois Lowry의 4부작을 봤다. 파랑채집가 Gathering Blue, 메신저 Messenger, 태양의 아들 SON 총 4권이 시리즈다. V-club에서 기억전달자 원서읽기를 하는 동안,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책들 번역본을 함께 봤다. 4권을 함께 보고, 첫번째를 원서로 차근히 보고 있는 중이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간적 배경은, 미래의 언젠가. 인류에 뭔가 큰 재앙이 닥친 이후 철저한 파괴 이후, 여기 저기 겨우 재건된 공동체가 각자의 생활을 영위하는 시대로 보인다. 공동체는 마을단위 규모인 듯 하고,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비현실적인 환상이 조금씩 더해진다. 책들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동체를 색채에 비유해서 이야기하고, 인간 관계에서 가장 근본적.. 2022. 1. 26.
BOOK TWO/ Julia 줄리아 1984의 첫번째 파트(book one)가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데 반해, 두번째 파트(book two)는 갑자기 로맨스로 장르를 바꾼 느낌이다. 디스토피아 소설에 왠 연애이야기 싶었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에 사랑이 빠질 수 없는가보다. 사실 오페라, 각종 이야기, 음악, 미술, 등등의 팔할은 사랑이 주제 아니던가. 사춘기 때에는 그런 현실이 못마땅했던 것도 같은데. 사람은 어쨌거나 사람의 몸을 입고 있으니까. (사랑은 어쩌면, 공감, 배려, 과거, 현재, 승리, 미래가 어우러진 개념인걸까. 그래서 당에 의해 금지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탐닉되는 대상인걸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사랑은 사람을 부드럽게도 하고 강하게도 하고. 증오를 키우게도 할 수 있지만, 그 에너지를 상쇄시키기도 하니까.) B.. 2022. 1. 3.
BOOK THREE/ 마더 빅브라더 They slapped his face, wrung his ears, pulled his hair, made him stand on one leg, refused him leave to urinate, shone glaring lights in his face until his eyes ran with water; but the aim of this was simply to humiliate him and destroy his power of arguing and reasoning. (p.241) 아. 이 부분을 읽을 때 뜨끔했다. 내가 혹시 집에서 가족들에게 논쟁하거나 말대답할 여유를 없애고 있진 않나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바르게 자라도록 한다는 미명하에, 보호자라는 감투에 취해, 혹시 겁박한 적은 .. 2021.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