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속초에 다녀왔다.
따뜻하고 맑은 날씨였고.
눈 내린 설악산을 봤다.
낮. 속초 고성 어디를 가도 산이 거기 있었다.
밤. 쌓인 눈이 푸르스름하게 빛나며 거기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거대한 저 산을 넘어갈 수 있을까.
말도 안되는 걱정과 압박감이 들었다.
저 산을 넘어다녔던 사람들이 있었지.
저 산 너머를 꿈꾸고 실행했던 사람들이 있었고.
저기에 도로를 놓고 건물을 지었던 사람들도 있었다.
난 역시
산의 위용에 대해 시 짓고 노래하거나
풍류를 즐기는게 좋았을 것 같지만.
딱 그 정도 짬인 것 같지만.
저 산을 넘어가 뭔갈 이루거나
바다를 건너가거나
다리를 놓거나
배를 짓거나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내 주변에
병풍처럼 있다.
저 눈 쌓인 거대한 설악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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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는 길
어떻게 저 산을 넘지 했는데
누군가 만들어둔 자동차를 타고
누군가 놓아둔 도로와 터널과 다리를 지나
누군가 지어둔 건물의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해둔 일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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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프트웨어
운전을 했고 기록한다
내가 대장은 될 수 없지만
장내 미생물은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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