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아시스 콘서트를 다녀왔다.
2025년 10월 21일 화요일 오후 8시 고양 종합운동장. 오후 2시반쯤 GTX A 킨텍스역 환승임시주차장에 주차한 후 공연장 쪽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다가 공연장 왕복 버스를 발견하고 탔다. 이미 사람들이 많고, 공연장 주변은 축제 분위기다. 어마어마한 규모인가보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큰 규모의 공연은 처음 가본다. 가장 근래에 갔던 것이 데미안 라이그라스의 소극장 공연이었는데, 이건 뭐...
대화역에서 일행을 만나 밥을 먹었다. 1층 가게들은 사람들이 가득가득했고, 2층에 있는 적당한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3시 30분에 해치웠다. 전국의 아디다스 까만 줄무늬 운동복은 다 모인 듯 했다. 알고보니 오아시스는 아디다스 공식 후원 그룹. 아니 언제부터 그랬나 ㅎ 나와 친구만 무채색이 아니었다. 핫팩도 하나 사고, 따뜻한 커피도 마시고, 공연장 티켓을 받으러 갔다. 횡단보도에 경찰도 있다. 공연 후 여기까지 나오는데 1시간은 걸릴거라는 안내 코멘트도 들었다. 암튼. 이런저런 줄서기 끝에 5시쯤 공연장에 입장했다. 스탠딩 A구역 3000번대로 정말 정말 앞쪽이었다. 이게 왠 횡재니. 처음 입장할 때 공연장이 하도 커 보여서 과연 여기가 다 찰까 싶었는데 정말 다 차더라. 5만 5000명이라더라.
그래도 편하게 보자며, 칸막이 있는 쪽 바닥에 기대 앉아 대기했다. 도저히 저기 무대 앞에 서서 3시간 기다리고, 2시간 공연 볼 엄두가 나지 않았거든. 내 나이 40대. 추운 날 그렇게 하면 무릎 시리고 허리 아프다. 내 몸을 사려야 한다. 다행히 친구도 동감. 공연은 거의 8시 정각에 시작한 듯 하다. 지각 없어서 정말 좋았다. 스탠딩 A존에 외국인들이 꽤 많아서 신기방기. 돈 많아 보이는 인도네시아 화교 가족 같은 사람들도 들어왔고, 서로 목인사를 나누는 나이 좀 있는 외국인 부부들도 있었다. A구역 칸막이 바로 뒤에 음향하우스 같은 곳이 우리 바로 뒤에 있었는데, 거기 한 무리의 콘서트 관계자 가족인듯한 꽤 젊은 한 무리의 영국인들이 들어왔다. 다른 팬들은 그들이 누군지 아는 분위기. 사진도 찍고 이름도 부르고 그러더라. 도대체 도노반이 누구냐.
오늘의 주인공 노엘과 리암. 매우 인상적이었다.
노엘 갤러거의 주름이 자글자글한데도 여전히 철 없어 보이고, 그러면서 연주와 노래에 의외로 성실하게 임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가사는 맥락없는데 태도는 꽤 진지. 기타며 노래며 늘 하던대로 하는 듯한 편안함 그 안의 강단 있음. 리암 갤러거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힙하고 탬버린만 흔들어도 매력 넘침. 2시간 공연에 지각 거의 없이 바로 시작, 코멘트하고 쉬는 타임 거의 없이 2시간 내내 연주와 노래로 꽉 채우는 모습이 매우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긴 뭐라고 말해도 오아시스 말은 참 알아듣기 어렵더라. 리암이 젓가락 흉내를 내며 뭐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뭐?'하게 되었..
노엘과 리암은 정말 제대로 된 한 쌍이더라. 노엘의 무심하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가 좋다가도 식상해질 것 같으면, 나이 50이 넘어도 악동 같은 리암이 뒷짐지고 노래를 공연장에 뿌린다. 그의 뫼르소가 뻗는다. 괜히 센 척 하는 노래가 아닌데 힘이 있다. 나의 20대를 기억해주는 노래라 괜히 특별한 것일 수도 있지. 오아시스는 분명 아일랜드 계 영국인으로 맨체스터 출신 악동 그룹인데, 그들의 노래에서 나는 북미 서부지역의 어느 중고 레코드 가게를 느낀다. 오아시스 팬이라곤 할 수 없었고, 노래도 몇 곡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공연이 끝나고 오히려 팬이 된 것 같다. 공연 후 더 애정을 갖고 노래를 듣게 된다.
영국에서부터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왔다던 한 무리의 영국인들도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공연장 앞에는 '티켓 구함'이란 팻말을 들고 있는 외국인이 있었는데, 정말로 자기가 들어갈 티켓을 구하는 것이었던건가, 궁금해진다. 그들은 나이가 좀 있어 보였다. 모든 노래를 알고 신나게 따라 부르더라. 영국에서 티켓을 못 구해서 한국까지 오게 됐다고 했고, 시종일관 여기저기 어깨동무에 껴안고 따라 부르고 사진찍고 난리도 아니었다. 흥겨워보이고 신기하고 좋아보이긴 했고, 맥주를 좀 마시고 들어온 것 같았다.
어쩐지 나는 오아시스보단 블러쪽이었는데. 티켓을 예매해준 신의 손 친구도 블러였던다. 그러나 지금 활동하고 있는 것은 오아시스. 그래서 오아시스 콘서트에 연이 닿았고, 그들의 노래를 선택해 듣는다.
역시 '존버'가 답인가.
그런데. 20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놀랬다. 오아시스는 나이가 꽤 있는 밴드인데, 심지어 교복입은 10대도 공연에 왔더라. 어떻게들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까? 역시 '존버'가 답인가.
.. 이것저것 까먹기 전에 써둔다. 정말 친구 덕에 매우 매우 좋은 경험 하고 왔다. 이런건 어쩐지 타임슬립 하는 기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