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94

BOOK TWO/ 스노우볼챕터 시간이 정지된 유리 문진. 별 쓸모도 없지만 그냥 예쁜, 투명한 유리 문진 안에서 펼쳐지는 장면으로 윈스턴의 꿈이 묘사됐다. 그의 의식 깊숙한 곳에 꼭꼭 숨겨두었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챕터 7~8페이지는 스노우볼 흔들듯이 자꾸 흔들어서 보고 또 보고 싶은 부분이다. 이것을 잊고 싶지 않다는 욕망이 컸기에, 길게 읽기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여름밤 소나기가 그친 후 부드러운 빛으로 넘쳐나는 유리 문진 안에서 어린시절 엄마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것 같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그 몸짓을 (the gesture) 반복하고 있다. It was a vast, luminous dream in which his whole life seemed to stretch out before him like a landscape o.. 2021. 11. 15.
1984 를 시작하며 지난 9월부터 를 다시, 원서로 읽고 있다. 주말 제외 하루 약 3~5페이지 정도의 일정으로 보고 있다. 한글로 읽으면 몇 주면 읽겠지만, 원서로 읽으니 더 느리다. V-Club이란 곳을 통해 4달동안 진행되는 스케줄로 12월말에 마무리된다. 조지오웰의 다른 책들도 기웃거리면서 책 속으로 푹 빠져드는 여행아닌 여행 느낌이다. 느리게. 오래. 길게. 깊게. 읽는 동안 매일의 분량에 대해 소소한 단상을 단톡방에서 공유하고 있는데, 기록하지 않으면 이 또한 다 흩어져 없어질 것. 흩어져 없어지더라도 좋은 것일테지만, 나는 왠지 그 먼지들을 모아서 잘 쌓아놓고 싶다. 또 어떤 책을 쌓아두게 될까. 매일의 분량을 읽으며 들었던 느낌과 에피소드를 조금 기록해둔다. 부질없이. 2021. 11. 15.
직업 2 그래서 나는 뭔가 다른 일을 벌이는 나를 상상한다.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은 서점이다. 한가한 서점. 여행과 산책을 테마로 하는 아주 한가한. 마당도 있으면 좋겠다 하하... 그 일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일상을 이어가기 힘들 정도의 벌이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나에게는 부양할 가족이 있고, 갚아야할 부채가 있으므로. 차선책으로 현 직업을 유지하면서 이것저것 끄적여보는 일을 상상해본다. 졸업논문이 '나를 인류학하기'였는데. 정말 쓰레기 같았지만. 40대에 들어서니 또 해보고 싶다 하하... 언젠가 한 해외 바이어가 내가 인류학을 전공했다하니, 처럼 한국관련된 인류학 서적을 추천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10년정도가 지났고. 10월의 지난 어느 날, 그가 또 물었다. 그때도 지금도 선뜻 답을 못했다. 검색해보다.. 2021. 10. 26.
금토일 경주여행 - 일요일 일요일 일정은 짧았다. 황리단길의 기념품 가게 한 군데 들렀고. 그 길 입구에 있던 교리김밥을 포장해서 차안에서 먹으며 집으로 갔다. 비가 오락가락했다. 기념품 가게 가는 길에 본 어느 마당있는 카페는 나중에 가고 싶었으나 그 날은 가보지 못했고 이름도 기억에 못남겼다. 이번에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것은 경주에서 기념품 사는 것에 관한 것이다. 짧은 경주여행에 첫째가 원하는 물품 구매가 '할일목록'에 있었다. 칭찬포도를 차곡차곡 다 채운 첫째의 요구였다. 이 녀석은 심미안이 남다른 것인지 결정을 잘 못하는 것인지 기념품 하나 고르기가 너무 어렵다. 대릉원 앞 기념품가게, 경주박물관, 석굴암과 불국사 앞 자판에서 기념품을 고르기 위해 애썼지만.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지 못했다. 나의 핀잔도 한 몫 했을.. 2021. 8. 15.
Frankenstein 프랑켄슈타인. 놀라웠다. 헐크처럼 생긴 그 좀비 이야기가 아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스위스에 사는 어느 완벽하도록 화목한 가족의 사려깊고 똑똑한 맏아들이다. 책 은 그가 유학가서 식음을 전폐하고 가족과 연락두절하면서 그야말로 심혈을 기울여 창조한 '어느 사유하는 피조물의 이야기'다. 액션이나 호러보다는 드라마에 가깝고, 그 피조물의 독백이 특히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흔든다. 이런 저런 사체를 붙여 만든 몸뚱아리의 그는 이름조차 없다. 태어나자마자 조물주에게 버림받은 피조물은 세상을 탐구하고 '나'라는 존재에 대해 사유하고 고뇌한다. 아주 치열하게. 버림받은 이유는 너무 흉해서다. 프랑켄슈타인은 다 만들고나서 깜짝 놀라 도망쳤다. 피조물은 불어도 한다, 그것도 독학으로 배웠다. 내 존재의 이유를 찾아 방황하.. 2021. 8. 12.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재미있다는 말 몇번 들었는데, 아 이럴 수가. 정말 재미있다. 소싯적 SF 환타지 좀 좋아했고, 지금도 힘이 나는 최고의 책으로 어스시의 마법사를 꼽는 나에게 특히 재미있다. 그러나 SF 환타지에 보통 끼어드는 그 세계에 대한 장황한 배경설명 같은게 1도 없다. 또 오랜 세월 쌓인 글쓰기 주체측의 고정관념적 이미지, 이를테면 마녀는 까만머리 보라색 검정색 망토를 둘렀다든지 착한 요정은 금발에 푸른 눈 등 뭐 그런 것이 없다. 반지 제왕이 대표적이다. 그냥 나의 시대 어느 한 켠에 있을 법한 쿨한 SF 랄까. 이 책은 재미있는 책과 이상한 생각들을 공유했던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보내줄 생각이다. 재미와 마음떨림의 총합을 증가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증가하기만 하는 우주 내 외로움의 총합을 조금이.. 2021.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