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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설날 연휴를 맞아 강원도 바다를 다녀왔다. 설날 음식준비 반나절을 준비하는 나름의 방어기제이기도 했고, 아이 방학을 핑계로 잡은 짧은 이벤트이기도 했다. 금요일 밤에 출발해서 일요일 아침식사 직후에 집으로 돌아오는, 사실상 만 하루의 여정였다. 바다는 역시 거대했다. 객실에서 바다가 보이는 숙소였고, 새벽 4시쯤엔 바다 곳곳에 떠있던 불밝힌 고기잡이배를 봤다. 뜨끈한 방 안에서 자다가 창 밖 겨울바다에서 한창 일하고 있는 고기잡이배를 보자니 기분이 묘했다. 약간의 죄책감에 안락한 느낌이 더해지는 묘한 느낌. 아침 경매시장은 어떨까 상상하며 다시 잠들었고, 아침 7시반에는 해가 뜨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시야의 한쪽 끄트머리에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하늘의 한쪽 구석에 있는 그 빛나는 동그라미는 온 하늘과.. 2022. 2. 9.
BOOK ONE/ 이분증오 일상 1984에서는 2분증오라는 루틴이 나온다. 책 속 사람들은 업무 중간에 반드시 매일 2분씩 다같이 모여, 당이 준비한 어떤 영상을 보며 함께 광분한다. 영상은 조금씩 달라도 큰 맥락은 같아서 공공의 적 골드스타인을 폄하하고, 적국의 군사에 분노하며, 빅브라더에게 구원받는 흐름을 담고 있다. 고대 희생제의 같기도 하고, 얼핏 부흥회 같기도 한 모습이다. 훨씬 짧고 폭력적으로 만들어 일상화했지만 말이다. 주인공 윈스턴은 이 2분 증오를 매우 탐탁치 않게 인식하지만, 가장 마음에 안드는 부분은 앉아 있다보면 자기도 같이 광분하게 된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내 의지와 상관없이. The horrible thing about the Two Minutes Hate was not that on.. 2022. 2. 9.
기억전달자 4부작 로이스 로리 Lois Lowry의 4부작을 봤다. 파랑채집가 Gathering Blue, 메신저 Messenger, 태양의 아들 SON 총 4권이 시리즈다. V-club에서 기억전달자 원서읽기를 하는 동안,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책들 번역본을 함께 봤다. 4권을 함께 보고, 첫번째를 원서로 차근히 보고 있는 중이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간적 배경은, 미래의 언젠가. 인류에 뭔가 큰 재앙이 닥친 이후 철저한 파괴 이후, 여기 저기 겨우 재건된 공동체가 각자의 생활을 영위하는 시대로 보인다. 공동체는 마을단위 규모인 듯 하고,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비현실적인 환상이 조금씩 더해진다. 책들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동체를 색채에 비유해서 이야기하고, 인간 관계에서 가장 근본적.. 2022. 1. 26.
BOOK TWO/ Julia 줄리아 1984의 첫번째 파트(book one)가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데 반해, 두번째 파트(book two)는 갑자기 로맨스로 장르를 바꾼 느낌이다. 디스토피아 소설에 왠 연애이야기 싶었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에 사랑이 빠질 수 없는가보다. 사실 오페라, 각종 이야기, 음악, 미술, 등등의 팔할은 사랑이 주제 아니던가. 사춘기 때에는 그런 현실이 못마땅했던 것도 같은데. 사람은 어쨌거나 사람의 몸을 입고 있으니까. (사랑은 어쩌면, 공감, 배려, 과거, 현재, 승리, 미래가 어우러진 개념인걸까. 그래서 당에 의해 금지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탐닉되는 대상인걸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사랑은 사람을 부드럽게도 하고 강하게도 하고. 증오를 키우게도 할 수 있지만, 그 에너지를 상쇄시키기도 하니까.) B.. 2022. 1. 3.
BOOK ONE/ 과거에 대한 착각 단톡방에 올린 글 그대로 캡쳐하고 일부 맞춤법 수정했다. --- 2021년 10월 18일 *윈스턴이 누구는 증발하고 누구는 증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던 부분부터 시작된 생각인데요. 사람의 인식체계나 판단에 얼마나 오류가 있기 쉬운지, 인간의식의 불완전성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뒷이야기를 알아서 그럴거에요) *당의 역사서가 이런저런 맥락은 다 떼어내고 단편적인 사실을 자기 입맛에 맞게 엮긴 했지만, 분명히 존재한 것들이더군요. 산업혁명 직후 열악한 환경에 처했던 아이들도 분명히 존재했었고, 결혼시 신부가 영주와 첫날밤을 보내는 관습도 있었고, top hat 도 분명히 존재했는데. 윈스턴은 그것도 믿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눈에 자꾸 걸립니다. *펍 노인 이야기도 단편적으로 사실로 보여요. 그리고 제가.. 2021. 12. 29.
BOOK THREE/ 마더 빅브라더 They slapped his face, wrung his ears, pulled his hair, made him stand on one leg, refused him leave to urinate, shone glaring lights in his face until his eyes ran with water; but the aim of this was simply to humiliate him and destroy his power of arguing and reasoning. (p.241) 아. 이 부분을 읽을 때 뜨끔했다. 내가 혹시 집에서 가족들에게 논쟁하거나 말대답할 여유를 없애고 있진 않나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바르게 자라도록 한다는 미명하에, 보호자라는 감투에 취해, 혹시 겁박한 적은 .. 2021.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