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38 쓰고 달콤한 직업 언제나처럼 나에게 리뷰를 쓰게 하는 것은 의외의 울림을 얻은 책이다. 천운영 도 그러했다. 고전문학 읽고 쓰는 엄지작가 모임에서 쓰기 주제를 정했다. 고전문학과 음식으로. 그러면서 참고도서로 얻어 걸린 책이다. 솔직히 누군가 이런 책이 있다 했고, 마침 집 앞 도서관에 있길래 빌려갔다. 슬쩍 들춰보기만 했을 뿐 읽을 마음이 없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 중에도 안 읽고 반납하는 책 많다. 이 책도 그런 책이라 여겼건만. 아 이런. 역시나 허를 찔렸다. 이 책은 주파수가 나에게 맞춰져 있다. 먹는 것에 진심인 그녀가 '돈키호테의 식탁'이라는 스페인 식당을 열고 주방에서 일하면서 겪고 생각하고 느낀 바가 기록되어 있다. 관광객처럼 체험하거나 기자들처럼 취재한 게 아니고 식당으로 하루 하루를 유지한 기록이다. .. 2023. 4. 18. 프롤로그// 나는 먹는다, 고로 존재한다 엄지작가 모임에서 고전 문학과 음식을 시작하면서 음식을 먹거나, 요리하는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왠지 모를 거부감이 있다. 그게 무엇일까. 왜일까. 나도 모른다. 집에서 요리를 하긴 한다. 먹기 위해 한다. 먹어야 살고, 먹여야 할 어린 식구가 있기 때문에 한다. 아이들 수유와 이유식의 시기에는 나름 할만큼 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그 시간은 어쨌든 지나갔다. 지금은 최대한 간단하게 해 먹는다. 거추장스러운 요리는 딱 질색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라면이다. 아이에게 해주긴 꺼림직하지만. 간단하고, 스스로 해 먹기 쉽고, 빠르다. 천사 그림이 그려져 있던 해피라면, 일요일엔 내가 요리사 짜파게티, 10대 때 친구들과 아파트 옥상에 쪼그리고 앉아 부셔먹었던 아무 라면, 캐나다 토.. 2023. 4. 16. 이방인에서 한 구절 그 개의 진짜 병은 늙음인데 늙음은 낫는 것이 아니었다. 알베르 까뮈 민음사 p.62 2023. 4. 10. 이방인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알베르 까뮈의 소설 에서는 세상 편견 없고 담백한 뫼르소가 이야기를 한다. 저 첫 문장. 양로원에서 살던 엄마의 부고를 전하는 그의 독백은 몇 번을 봐도 군더더기 없이 강렬하다. 장례식을 위해 이틀간의 휴가를 신청하는 자리에서 사장에게 하는 '그건 제 탓이 아닙니다'라는 말까지 어이가 없다. 누군가 이 책을 소개할 때 '사춘기 아이들에게 뿅망치 같은 책'이라고 했다. 동의한다. 내가 처음 이 책을 만난 것도 고등학교 교실 뒤편 학급문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뭔가 이 세상이 이상하다고 심각하게 느낄 때, '어 맞아' 하이파이브 해 주는 책 같았달까. 뭔가 충격적으로 위로가 되었던 느낌만 남았었다. 미풍양속에 대해 얘기한다면, 은 결코 모범사례로 활용되지.. 2023. 4. 9. 이방인 「밀크 커피를 마셨다」 고소한 라테를 좋아한다. 산미 없이 고소한 커피에 우유를 탄 것을 특히 좋아한다. 고소한 것으로 부족하고 '꼬소꼬소'해야 한다. 따끈한 것도 좋고 얼음소리 나는 차가운 것도 좋다. 시럽을 넣는 것보다는 원두 자체를 달콤하게 블렌딩 한 것을 선호한다. 알베르 까뮈도 라테를 좋아할까. 그의 소설 에서 주인공 뫼르소가 밀크 커피를 좋아했다. 편견도 없고 취향도, 주장도 별로 없는 것 같은 세상 쿨한 남자 뫼르소가 밀크 커피만큼은 확실히 좋아한다고 했다. 뫼르소는 엄마의 부고 전보를 받고 찾아간 양로원에서도 밀크 커피를 마셨다. 관리인은 밤샘 직전에 식사를 권했고, 뫼르소는 거절했다. 그러자 밀크 커피를 권했고, 뫼르소는 수락했다. 밤샘 직후에도 한 잔 마셨다. 그가 그때 그것을 거부했다면. 커피 마신 후 자연.. 2023. 4. 9. 변신 「그것은 사과였다」 카프카 은 색깔로 치자면 대체로 칙칙하다. 대체로 갈색이거나 잿빛인 이야기 속에서 분명한 색감을 주는 것 중 하나가 사과다. 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딱딱한 껍질을 한 벌레가 된 이후 아버지가 그를 향해 물건을 던진 일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레고르가 식구들을 위협한다고 판단하여 공격했다. 식탁 위에 있던 사과를 주머니에 가득 채워갖고 와서. 그때 그 바로 곁에 무엇인가가 가볍게 던져져, 날아와 떨어지더니 그 앞으로 굴러왔다. 그것은 사과였다. 곧 두 번째 사과가 뒤이어 날아왔고, 그레고르는 놀라서 멈춰 섰다. 아버지가 사과로 자기에게 폭탄 세례를 퍼붓기로 결심했으므로 더 달려봐야 소용이 없었다. 카프카 민음사 p.62 아버지가 던진 빨간 사과가 그레고르의 등에 박혔다. 어머니와 누이동생이 말려서 소동은.. 2023. 3. 23.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4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