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38 “The unreality of reality” chapter 6 책을 읽기 시작할 때의 일이다. 아이가 와서 물었다. 위대한 개츠비? 재미있어? 내가 답했다. 응 재미있지. 근데 좀 쓸쓸해. 아이가 되물었다. 그럼 왜 제목이 위대한 개츠비야? 쓸쓸한 개츠비여야지. 그렇네. 당시 내가 보고 있던 부분은 solitary dinner나 개츠비가 바다 건너편 데이지 집의 초록 등을 보며 손을 뻗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마침내 나는 6 챕터에서 수긍했다. 개츠비가 왜 위대한지. 그는 자신이 세운 이상을 굳건하게 따르는. 신의 아들이었다. (미리 붙임: 여기 끄적인 것들이 다 그렇지만. 내 감상임. V-club에서 Plato의 이데아 Idea + Renan의 예수의 생애 Life of Jesus에 촉발되긴 했으나 망고 내 생각이라는 선을 긋는다. 나중에 부끄러울 수도 있으니 이.. 2023. 6. 25. 호밀밭의 파수꾼 「멈추고 싶지 않았다」 홀든 콜필드는 학교에서 또 쫓겨났다. 이번이 대략 네 번째다. 이번 퇴학의 이유는 낙제. 성적이 안 나와서다. 그는 학교를 또 그만두게 되었지만, 내 뜻과 아무 상관없이 흐지부지 부유하듯 학교를 떠나는 것은 더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름의 작별의식을 치르려고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 정한 방식으로. 추운 날이었다. 학기말 학교 대항전이 열리는 운동장 위쪽에서 열광의 도가니에 쌓인 학교 전체를 바라보고 있다. 홈팀 경기의 이점을 살려 대대적인 응원이 펼쳐지는 전통 명문 펜시고등학교의 대동단결 현장인데, 그에게는 그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상대팀 기분을 오징어로 만들어버리는 치사한 수법이다. 그래도 애써 뭔가 아련하거나 좋은 것을 떠올리려 한다. 이제 이 학교와는 마지막이니까. 곧 작별할 테니까.. 2023. 6. 19. 수다를 녹음하다 첫 팟캐녹음과 종교개혁급 후기의 기록 팟캐스트를 해보자고 했다. 책을 읽고 와서 떠드는 건 지난해부터 계속 해온 일이다. 고전소설 골라서 읽고, 쓰고, 만나서 떠들었다. 책 얘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 V클럽 불금온토 때부터 짐작은 했었지만, 정말 만날 때마다 눈물 쏙 빠지게 웃다 왔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나. 기억을 되돌리려 해 보면, 잘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진 빠진 기분은 아니고 뭔가 충전된 기분이었다. 존중받으면서도 툭툭 건드려진 기분. 표층부터 심층까지 제대로 털어낸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엄지들의 책 수다를 녹음한다 했을 때 별로 부담이 없었다. 오히려 즐거운 책 수다를 기억하기 좋겠다 싶었다. 남들에게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사람이 신나면 됐지뭐 싶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 2023. 6. 18. "Such beautiful shirts" chapter 5 It makes me sad because I've never seen such - such beautiful shirts before. p.92 F.Scott Fitzgerald, Scribner 개츠비와 데이지의 셔츠쇼가 나오는 챕터다. 어렸을 때 나로선 도무지 이해가 안가던 장면. 왜 셔츠를 부여잡고 울어. 이번엔 와닿을까 싶어 기대하고 봤는데. 역시나 잘 모르겠다. 그 좋은 셔츠들. 톰은 안샀나? 따지자면 대대로 부자인 톰이 개츠비보다 훨씬 돈이 많을 것 같은데. 데이지는 왜 이렇게 아름다운 셔츠를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하며. 아름다운 셔츠를 안고 왜 우나. 이렇게 예쁜데 자기 것이 되지 못하니까 우는 것 같긴 하다. 톡방 누군가는 '개츠비 왜 이제야 내게 왔어'의 슬픔일 수도 있다 했다. 오래.. 2023. 6. 12. "Little Montenegro!" chapter 4 결정적 순간__ 거짓말쟁이는 거짓말쟁이를 알아본다. 개츠비가 옥스퍼드 나왔다는 말을 조던 베이커는 믿지 않는다고 했다. 치료불가능한 거짓말쟁이 조던은 진작에 알아봤었다. 7월 말의 그 날, 닉 역시 믿지 않게 되었다. 그랬었다. 결정적 순간이 오기 전까지. 나는 그와 여섯 번쯤 대화를 나눴는데, 실망스럽게도 그와는 별로 할 얘기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덕분에 어떤 신비로운 거물일 거라는 첫인상은 점점 사라지고 이제는 그저 한동네의 호화로운 여관집 주인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이렇게 난데없는 드라이브가 시작된 것이다. 웨스트 에그로 가는 길에 개츠비는 힘을 잔뜩 준 말을 널어놓다가 채 끝맺지도 않고 갈색 양복을 입은 자기 무릎을 불안하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봐, 친구." 그가 불쑥.. 2023. 6. 11. 공예의 즐거움 - 안국동 공예박물관 주변 안국동 탐방 오전에 출발했다. 집 앞 연못에 수련이 피어있었다. 아이는 사진을 찍고 싶어 했다. 사진 찍는 김에 가는 길 짬짬이 너의 기분을 메모해 보라고 했다. 기행문 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하철에서는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초5 국어 기행문 페이지를 굳이 찾아서 보여줬다. 초 5 교과서에서 얘기하는 기행문의 3요소: 여정, 견문, 감상. 아이의 기행문 쓰기에 도움이 되었을까? 다른 건 몰라도 기행문에 겁은 먹지 않았던 것 같다. 6월 6일 현충일. 남편은 출근했고, 태극기는 진작 달았다. 집 앞 도서관은 문을 닫았다. 첫째는 이번주 기행문 수행평가를 앞두고 있었다. 기행문 과제가 주어지자마자 분명 머리 싸매고 '못 쓰겠다' 통곡할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 서울 나들이 가자. 기행문 .. 2023. 6. 10.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4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