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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백화점 감정이 화폐가치를 가진다면? 눈물많고 웃음많은 우리집 아이들은 재벌급 부자겠네... 베스트셀러라고 좋아서 보진 않는다. 믿는 친구가 추천해준 책 가운데 하나이기에, 어렵게 직장 인근 작은 도서관에서 대기예약을 하고, 몇주를 기다려 받아들었다. V-club에서 데미안을 시작한 터라, 그 파도치는 바다 한가운데서 표류하는 와중이라, 도저히 펼칠 짬이 없었으나. 어떻게 빌린 책인데하며 지난 토요일에 시작하고 일요일에 다 봤다. 후루룩. 이야기는 흡입력있고, 나는 책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산타할아버지 선물 이야기를 꿈으로 풀어간 재치에 흐뭇했고. 트라우마란 엄청난 상처인 동시에 그 상처를 이겨내 현재 살고 있는 '나'에 대한 증거란 점에 무릎탁했고. 미래의 시간을 가진 신의 후손이 제작하는 태몽 등 꿈 제작자.. 2022. 6. 24.
진지하고 성실함 헤르만 헤세는 독일 사람이다. 게르만. 독일 사람. 데미안을 보다보면, 이 작가 참, 일본이나 한국과 통하는데가 있어 보인다 싶을 때가 있다. 부모나 공동체, 어떤 집단의 압박에 질식할 것 같았던 기억을 갖고 있달까. 그 속에서 개인의 신성을 섬세하게 터치해주는 느낌이랄까. 20대 끄트머리에 북미여행을 할 때 였다. 당시 나는 10여개월간의 캐나다 생활을 정리하는 기념으로 로키산맥 2주 캠핑프로그램을 구매했다. 팀버우프란 독일계 캐나다인이 세운 회사의 프로그램였던 것 같다. 지금도 있을까. 가이드는 미국인이었고, 첫 1주간은 하이킹, 다음 1주간은 카누를 타고 로키를 여행하는 레알 캠핑 프로그램이었다. 첫번째 주간 멤버는 미국인 1, 잉글랜드계 영국인 3, 영국인 한 명과 사귀는 회계사 뉴질랜드인 1, .. 2022. 6. 21.
어른스러운 친구 '나'는 동경해 마지않는 다른 세상의 아이들과 종종 어울렸다. 한 번은 다리 아래에서 영웅적 사과도둑 행세를 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박수를 기대했건만, 지독한 일에 휩쓸려버렸다. 프란츠 크로머가 우리집 현관에서 나를 협박하고 없는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이미 신을 걸고 맹세했기에, 이제와서 아니라고 해봐야, '나'는 유죄이다. 내가 훔쳤다고 말한 사과는 선악과였다. 둘로 확고하게 나뉘어 있던 세상은 더 이상 분리되지 않았으며, 부모님은 더이상 나를 지켜줄 수 없게 됐다. 나는 안전하지 않았다. 일생일대의 죄를 짓고 들어왔는데, 아버지는 내 신발에 묻은 더러움을 야단쳤다. 그 때 나는 그런 아버지에게 우월감을 느끼고 냉소를 짓고, 이 때문에 더 죄책감에 시달린다. 결국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저금통을 헐어 .. 2022. 6. 19.
왜 여기보다 저기가 가치있어 보일까 나는 지금도 종종 의심한다.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하고. 이쪽보단 저쪽이 더 가치있고, 만족스럽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쪽이 무엇이든간에 말이다. 어렸을 땐 훨씬 더 했다. 내 가족보다 다른 가족이 좋아보였다. 다른 집 부모는 자상하고, 형제 자매는 이야기가 잘 통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친구들은 심적으로 물적으로 가진 것이 많아 보였는데, 나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단정했다. 지금은 현재 내가 하는 일 외에 다른 일을 동경하기도 한다. 마흔이 넘도록 직업에 대해 반복적으로 고민한다. 부끄럽지만. 고민만 한다. 왜 여기보다 저기가 내가 있을 곳 같을까. 왜 항상 진실은 저 너머에 있을 것만 같을까. 왜 파랑새는 지금 나한테 있지 않고 저기에 있을 것 같을까. 왜 '나'는 .. 2022. 6. 13.
A story of youth 데미안을 보기 시작했다. 소설책으로 시작하고 철학책으로 귀결되는 그 책이다. 방탄소년단 BTS의 '피, 땀, 눈물'이 데미안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새는 알에서 깨기 위해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세상의 불완전한 구도자들에게 위안을 주는 그 문장. 이날까지 나는 내가 이 책을 읽은 줄 알았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깨달았다. 데미안을 처음 본다. 프롤로그 두 세계 카인 예수 옆에 매달린 도둑 베아트리체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야곱의 싸움 에바 부인 종말의 시작 프롤로그, 두 세계, 책의 시작부분에서부터 헷세는 명치를 강타한다. 젊은 시절 한번쯤 내게 주어진 세상에 마음 두지 못하고 방황해본 사람이라면, 마음을 격렬하게 흔들고 공감해주는 이 책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 것이다. 북클럽에서 두 달.. 2022. 6. 13.
오미자맛 벼룩시장 2022. 5. 15 화창한 일요일 낮 어제 동네에서 벼룩시장이 열렸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는, 다시쓰기도 하는 시장. 아이들 말로는 사람 100명 이상, 물건 1,000개 이상이 있었다고 한다. 바람 많이 불던 5월의 토요일, 아이들도 나도 난생 처음 벼룩시장에 참여하면서 복잡다단한 감정과 대응의 모습을 봤다. 다섯가지 맛이 난다는 오미자. 오미자차를 마시며 어제의 맛을 회상해본다. 쌉쌀한 맛. 물건이 안 팔릴 때. 시장에 사람들이 많고 왁자지껄하다. 그런데 내 물건 앞은 조용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말이 없다. 여기저기 신나는 목소리가 들리는데 내 물건은 펼쳐진 돗자리에 남겨져있다. 이때 씁쓸했다. 또 마음에 드는 몰랑이 인형이 있었는데, 1,000원이라 살 수도 있었는데, 내가 번 소중한 .. 2022.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