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38 “It was hard to realize” chapter 1 벌써 여러 번 열었다 덮었던 책이다. 1 챕터 이상 진도가 안 나갔다. 고등학교 친구가 데이지가 옷을 끌어안으며 우는데 너무 공감됐다고 재미있다고 추천해줬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도 아주 많이 추천해줬지만. 나로선 데이지와 톰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첫 챕터에 나오는 그들의 겉도는 대화, 쓸데없이 장식적이고, 맥락 없이 화려하기만 한 그들의 이야기가 어려웠다. 영화를 봐도 파티며 사교계가 썩 와닿지 않았다. 그렇게나 부유한 생활도 도무지 상상이 안 됐다. 책을 겉돌았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닉이 톰을 보고 서술하는 것처럼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 또래의 젊은이가 그처럼 부유하다는 건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는 일이다. p.17 스콧 핏츠제럴드 문학동네 It was hard to realize t.. 2023. 5. 13. 앤의 식탁을 차리다 빨강머리 앤의 식탁 재현 현장 목사님 부부 초대 상차림, 들장미와 고사리 장식 + 바닐라 빠진 레이어케이크 + 닭고기젤리 등 엄지작가 5인의 유별나고 고상한 만찬 빨강머리 앤의 한 장면 맛있는 이야기로 살아나다 지난 5월 9일 밤, 서울 이수역 인근 공유주방에서 유별난 만찬이 열렸다. 장미가 그려진 찻잔에 따뜻한 꽃 차가 채워졌고, 딸기잼이 층층이 발린 레이어 케이크가 가운데 놓였다. 닭고기 젤리, 과일 타르트, 통밀빵 등이 함께 차려진 식탁은 장미와 고사리 닮은 풀로 장식됐다. 엄지작가 5인이 주최한 의 앨런 목사 부부 초대 식탁 재현 현장이다. 그 특별한 순간을 엄지일보에서 다녀왔다. 서울 이수역 뒷편. 평일 주택가 저녁. 조용한 골목길의 공유주방이 환하다. 식탁에는 케이크과 쿠키, 잼, 장미꽃 등이.. 2023. 5. 12. 호밀밭의 파수꾼 「그 오리들은 어디로 가는지 혹시 알고 계세요?」 걱정 불안 분노 체념 그리고 그리움 매미들을 생각한다. 땅 속에서 애벌레로 7년을 살고, 일주일간 땅 위에서 산다는 그 매미들. 긴 시간 어둠 속에서 기다리다가 마지막 일주일간 마음껏 소리 내며 찬란하게 생을 마무리하는 매미들 말이다. 땅 아래에서 수년을 살았는데, 어느 날 자신들의 거처 위로 도로가 깔리거나, 주차장이 만들어지거나, 그러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곳은 매미 대량학살 현장이 되는가? 매미들이 한여름에 그렇게나 시끄러운 것은 땅 속에 갇혀 나오지 못한 애벌레들 몫까지 더해서 울어대는 것일까. 흙 덮인 길과 공터가 아스팔트 길이 되거나 시멘트로 덮이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이 궁금했다. 오늘처럼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면 나뭇잎의 벌레들을 생각한다. 저 커다란 나무는 사람뿐 아니라 벌레들에게도 좋.. 2023. 5. 7. 빨강머리 앤 「통닭구이네요!」 그날 초록 지붕 집에는 닭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마릴라는 앤이 나흘간의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통닭구이를 준비했다. 요즘처럼 30일 만에 키워 파는 고기용 닭이 따로 있었을 것 같지 않던 그 시대에, 마릴라는 달걀을 내주는 귀한 닭을 잡았다. 외국 영화에서 보이는, 추수 감사절에 커다란 칠면조 고기를 저녁식사로 준비하고 온 식구가 둘러앉아 먹는 장면이 연상된다. 혹시 그날은 추수감사절 즈음 되었을까. 쌀쌀한 가을밤이었으니 비슷한 시기였을 것도 같다. 집집마다 불이 켜지기 시작하던 그 가을밤에, 앤은 다이애나와 함께 시내의 다이애나 할머니 댁에서 나흘간 도시 생활을 즐긴 후 시골 초록 지붕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빨강머리 앤의 그 장면을 보면서 온 가족 월례행사로 먹을까 말까 했던 전기구이 통닭이 기억.. 2023. 5. 1. 오월 첫 날 출근길 국도변 멀리 보이는 산에 나무에 이파리가 제법 꽉 찼다 싶었다. 연두색 새싹들이 올라온다 싶었는데 어느새 초록이 차올랐더라. 아, 날짜를 보니 오늘 오월이 시작됐다. 매년 반복되지만 한 번도 진부한 적 없는 봄. 올해도 사월이 열리고 오월이 왔다. 2023. 5. 1. 빨강머리 앤 「전에는 어떻게 살았나 싶을 때가 있다」 마릴라 그리고 동쪽 다락방 https://brunch.co.kr/@7bef61f7eaa2497/29 빨강머리 앤 이야기를 보면서 많은 이들이 앤의 생기발랄함과 엉뚱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실하고 바르게 자라나는 모습에 웃고 운다. 말이 좀 지나치게 많다 싶을 때도 있지만. 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녀의 솔직함, 안드로메다급 상상과 엉뚱함을 캐나다 동부 어느 섬의 자연 속에서 만나는데.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앤에 웃고 울던 많은 이들이 나이가 들어서는, 마릴라에 방점을 찍는다. 나도 그랬다. 만화에는 자세히 표현될 길 없었던 마릴라의 속 마음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심히 당돌한 앤을 대하는 그녀의 당혹스러움을 알아봤고.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때는 져주고 어떤 때는 바르고 대쪽같.. 2023. 4. 27.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 4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