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일기29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재미있다는 말 몇번 들었는데, 아 이럴 수가. 정말 재미있다. 소싯적 SF 환타지 좀 좋아했고, 지금도 힘이 나는 최고의 책으로 어스시의 마법사를 꼽는 나에게 특히 재미있다. 그러나 SF 환타지에 보통 끼어드는 그 세계에 대한 장황한 배경설명 같은게 1도 없다. 또 오랜 세월 쌓인 글쓰기 주체측의 고정관념적 이미지, 이를테면 마녀는 까만머리 보라색 검정색 망토를 둘렀다든지 착한 요정은 금발에 푸른 눈 등 뭐 그런 것이 없다. 반지 제왕이 대표적이다. 그냥 나의 시대 어느 한 켠에 있을 법한 쿨한 SF 랄까. 이 책은 재미있는 책과 이상한 생각들을 공유했던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보내줄 생각이다. 재미와 마음떨림의 총합을 증가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증가하기만 하는 우주 내 외로움의 총합을 조금이.. 2021. 7. 3. 1984 천천히 한달여에 걸쳐 읽었다. 다 읽고 나니 호메로스의 오디세이가 생각난다. 오디세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긴 여정을 그렸다면 1984는 인간 정신이 완전히 몰락하는 여정을 그린 느낌이랄까. 책 속 세상에서는 당의 지시로 '홈트'를 하다가 프로그램 운영자가 나를 지적하기도 한다. 더 힘차게 하라고. 곳곳에 설치된 텔레스크린을 통해 나의 표정, 행동, 잠꼬대 마저 누군가의 감시를 받는다. 단어의 갯수는 점점 줄고 있고, 역사적 사실이 자꾸 바뀌며, 사람들은 바뀐 사실조차 금방 잊는 '이중사고'를 한다. 어찌된 일인지 여러모로 물자는 부족하고, 지구상에는 3개의 초국가만이 유지되고 있다. 다른 국가의 사람은 절대 만날 수 없다, 내가 중간계급인 외부당원인 이상. 병약한 중간계급 외부당원 윈스턴, 에너지 넘치는 .. 2021. 6. 1. 멋진 신세계 Brave New World. 올더스 헉슬리 를 봤다. 역시나 혼자의 힘이 아닌 여럿이 함께 하는 동네책방모임을 통해 완주했다. 다 읽은지 몇 주가 지났다.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행복에 대해 다시 보고 고통에 대해 다시 볼 수 있어 좋았다. 공동체의 안정과 번영에 대해 다시 보고 개인의 고독에 대해 다시 볼 수 있어 좋았고.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과 고통스럽지만 성취하는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강렬했다. -------- 작가가 그린 미래의 영국에서는, 아이를 국가가 인공수정으로 계획적으로 낳고 기른다. 수정 직후부터 각 계급에 따라 키, 외모, 학습태도, 어떤 사물에 대해 갖는 태도 등을 학습시킨다. 이를테면 계급이 낮은 계층의 태아에는 알코올을 노출시켜 지능이 떨어지도록 유도하는 것과 같은 행.. 2021. 4. 29. 검사내전 재미있다. 검사실에서 만나는 온갖 사기꾼들 이야기가 재미있고. 피해자 유족의 상실감보다 피고인의 치질이 재판장 인권 이슈가 된다는게 재미있다. 도박으로 징역살고 나오자마자 또 도박으로 검사실에 끌려온 아주머니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법이 규제하는 행동에 대해 왜 하면 안되는데?하는 질문도 흥미롭다. 보험사기와 조직적으로 연결된 병원사건에서 등장하는 절대 권력 마법사 이야기는 오히려 현실적이다. 검사는 대한민국이라는 여객선의 나사와 같은 존재라며, 여객선이 나아갈 방향 생각할 것 없이 지금 물고 있는 철판이 떨어지지 않게 꽉 조이고 있는게 최선이라던 어느 선배의 전언이 새삼스럽다. 재판을 인공지능에 맡기는 발상이 발칙하고,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이 쌓아온 경험치를 통해 배우고 판단하는 것이기에, 사법계 인공지.. 2020. 6. 11.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왜냐면 책 제목: 왜냐면… 책은 누가 썼나: 안녕달 글·그림 언제 읽었나: 2018년 가을 읽고 쓴 것 같음. 호랭이7살 우동이5살. 책은 2017년생. 그래서: 실수해도 괜찮아 그런 것 쯤은 깨끗이 빨고 햇볕에 널어둘 수 있거든 ‘왜냐면…’(안녕달 글·그림, 책읽는곰 펴냄)은 서점 베스트셀러코너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그림책이다. 2017년 4월 처음 출판된 이 책은 4개월 만에 4쇄를 찍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고, 2018년 상반기 전국 공공도서관에서 유아부문 대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우리집 호랭이와 우동이는 말할 것도 없다. 이후 안녕달 작가의 시리즈 책을 여러권 봤고, 메리라는 이름의 강아지와 나름 친해졌다. 사실 아이들이 최고로 꼽는 작가의 책은 ‘할머니의 휴가’다. ‘왜냐면…’을 지난해 가을 한우.. 2019. 1. 26.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