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231 아기의 생존전략 아이를 낳는 일은 아주 많이 엄청나게 아픈 것이었고, 처음 2주는 여전히 엄청나게 불편했고, 처음 한 달은 아이 뿐 아니라 신랑과도 고생한 시간였지만.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아이는 정말,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예쁘다. 울어도 짜증내도 예쁘다. 예전에는 식당에서 울며 보채는 아기를 얼러가며 겨우 겨우 밥을 먹는 젊은 엄마아빠들이 불쌍했었는데, 이제보니, 그 엄마아빠들은 그렇게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다. 전혀. 아이 사진으로 점철된 또래의 소셜넷워킹 페이지를 보고 '도대체 너는 어디에 있니'했는데, 아이 사진으로 점철된 소셜넷워킹만큼 재미있는게 또 없다. 완전. 아이는 꼭 종교같다. 몰라도 되고 안 믿어도 인생은 충분히 (어쩌면 더) 즐거울 수 있지만, 일단 생기면 그 이전에 내가 누리던 즐거움과는.. 2012. 8. 12. 여행의 힘 엄청난 더위가 지나갔다. 지금도 낮에는 여전히 덥지만, 적어도 밤에는 선선하다. 살 것 같다. 저녁 8시부터 아이한테 누워서 먹이면서 잠들었다 이제 정신이 좀 들었다. 새벽 3시반 다시 수유하고 지금은 4시 20분. 재택근무 중인 회사서류 좀 보다가 간만에 짬을 냈다. 아니 기분을 낸다. 저기 멀리 기차 지나가는 소리와 어느 분노에 찬 자유분방한 영혼이 거칠게 오토바이를 모는 소리에 자극을 받았던가. 문득 내가 샌프란시스코의 그 아늑한 여관에 머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훗. 여행의 힘이란… 아이를 낳을 때에도, 왠지 모르게 칙칙한 조리원 방 안에서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여행의 느낌이 있었다. 문득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같은, 여행의 느낌에는 확실히 힘이 있다. 간만에 이런 끄적거림을 하지 .. 2012. 8. 12. 아이 셋 낳다가 마흔? 아이가 하나라면. 그 아이는 심심하겠지? 아이가 둘이라면. 좀 낫겠지? 셋이라면. 더 좋을까? 넷은… 너무 많다. 셋을 낳는다 가정하면. 1년 임신, 최소 1년 육아, 다시 1년 임신, 그렇게 6년. 아, 임신하고 아이 낳다가 마흔이 넘어가겠군. 회사 일은 계속 이런 식으로 2% 부족하게 하게될거고. 출장도 제대로 못가고. 흠. 아이들이 제 갈길 찾아갈 때 쯤 나에겐 무엇이 남게될까. 경제적인 이유 외에도 요즘 사람들이 아이를 여럿 낳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다. 2012. 3. 16.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 임신을 알았을 때, 임신 선배인 친구 하나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된 것을 축하한다 했다. 그렇다. 새로운 세상이 내게 열렸다. 뭔가 다른 부분의 조명이 어두워졌겠지만서도, 현재 내게, 그 새로운 시선은 충분히 신선하다. 마침 그 즈음 조카도 생겼다. 고개도 제대로 못 가누는 막 태어난 조카의 눈웃음을 보며 생각한 것이.. 제임스딘도, 서태지도, 임재범도 한 때는 아기였고, 엄마아빠도, 시어머니 시아버지도 아기였다는 사실이다. 길을 가면서 사람들을 쳐다본다. 지나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새삼스럽다. 말끔한 도련님 스타일의 젊은 청년도 있고, 단아하고 평균적인 이목구비를 가진 학생들도 보인다. 연신 중얼중얼거리며 뭔가에 찌든 냄새를 풍기는 노숙인도 있고, 스마트폰에 집중하며 주변은 돌아보지도 않는.. 2012. 3. 14. 세상에 임신부가 이렇게나 많았나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스페인 사람들의 범선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 전에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다 위에 파도가 치는 것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범선은 인식하지 못했다. 모든 인디언의 존경을 받는 무당쯤 되는 어른이 오랜 시간 뚫어지게 파도가 치는 자리를 보다가 드디어 범선이 눈에 들어왔고, 그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도 범선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한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길거리에 임신한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또 길에 아이들은 어찌나 부지기수로 흩뿌려져 있는지. 영유아와 그 부모를 위한 시설이 공공장소에 부족하기 일쑤이며, 그런 시설은 어디가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이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 2012. 3. 14. 산타클로스딜레마 나는 중학교 입학 직전까지 산타클로스가 빨간 옷을 입고 하얀 수염을 단 배불뚝이 할아버지의 형태로 실존한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우리 집에 굴뚝이 없어도 뭔가 신비한 그 수염난 할아버지만의 방법으로 선물을 두고 가는 것이라 믿었단 말이다. 산타클로스가 세상에 실존하되, 대부분 부모님의 형태로 살아있다는 사실을 나는, 상당히 머리가 커질때까지도 몰랐다. 그 날. 또래 친구가 아파트 단지의 어느 주차된 차 앞에서 산타클로스는 엄마아빠잖아, “그것도 몰랐어?!” 하던 그 순간을 또렷이 기억한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세워져있던 어느 작은 자동차 유리창 뒤에서 수다를 떨던 중였다. 한낮이었고 그 차에는 똥차라는 낙서가 있었던 것 같다. 그 친구 생일은 나보다 하루 빠르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 2012. 3. 14. 이전 1 ··· 31 32 33 34 35 36 37 ··· 3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