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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231

초여름 괴산, 산 높고 물 높은 유월치고 무지막지하게 더웠던 그 날, 볼일을 마치고 한밤중이 돼서야 괴산 길목에 들어섰다. 굽이 굽이 휘어진 길을 따라 고개를 넘었다. 곡선의 정점에서 '느릅재 해발 몇미터'라 적힌 표지판을 봤다. 느티나무의 고장, 충북 괴산에 들어선 것이다. 바람결에 그 흔한 고추냄새가 실리기에는 조금 이른 계절이었지만, 깊은 계곡으로부터 불어오는 초록빛 바람내는 얼핏 맡아본 것도 같다. # 속세를 떠난 산 속 아홉 골짜기 속리산(俗離山). 속세를 떠난다는 산은 충북 괴산에도 그 한 자락을 내줬다. 그리고 산은 그렇게 청천면 화양동 계곡에 아홉 절경을 흘려놓았다. 일명 '화양구곡' 그 명칭은 사람이 붙인 것이지만 그 모습은 기실 사람의 것이 아니다. 물길 저편에 하늘을 떠받친 듯 서 있는 '경천벽'이 그러하고. 깨끗한.. 2011. 7. 10.
쑥내 풀풀나는 단오절 강화 음력 5월 5일은 한 해 중 양기가 가장 세다는 단오다. 올해는 유월 초에 단오가 들었는데, 예부터 단오는 청포물에 머리감고 그네뛰고 씨름하는 것 외에 쑥을 뜯어 말리는 날이기도 했다. 사방천지에 흔한게 쑥이건만, 이것이 여행의 소재가 되는 지역이 있으니, 강화군이 그 곳이다. 요즘 강화는 향내 풀풀나는 쑥과 기름기 잘잘 밴 밴댕이가 철이다. # 아주 특별한 농업기술센터 강화군은 이름난 관광지다. 고인돌 유적에, 첨성단이 있는 마니산도 있고, 초지진 등 조선시대부터 명성을 쌓아온 안보유적지도, 낙조로 유명한 석모도 등 여행거리가 많다. 이 가운데 최고 놀라운 여행거리는 단연 농업기술센터가 아닐까. 강화의 특별한 농업기술센터는 이름도 범상치 않다. 이름하여 '아르미애월드'. 강화군 불은면 중앙로에 위치한 .. 2011. 7. 10.
홀로 영월 삼월 이렇게 저렇게 써서 넘기긴 했지만. 그냥. 혼자 걷는 영월강변이 좋았다는 것 뿐. 그리고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흐른 단종에 대한 연민이 조금 들었고. 여러모로 영월 관광행정이 좀 세련돼보인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고. 예전에 대학 때 무모하게 걸어다녔던 그 때 그 답사가 떠오르기도 했고. 친구들이나 곰돌군과 왔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하면서도 철저히 혼자되지 못하는 마음이 조금 불편하기도 했던 그래서 그 날 영월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할 때에는 마음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던. 그런 날이었더랬다. 사람 마음이 참 고약하다. 봄이 오는 것이 분명해지니, 가는 겨울에 연민이 인다. 겨울을 배웅 하고 싶어져 강원도 영월에 다녀왔다. 겨울배웅 여행에는 강을 따라 걷는 동강 트레킹, 서강 주변의 단종 유적지 방랑에.. 2011. 4. 27.
여수기행 봄 마중은 역시 남도로 가야 한다. 그 마음 하나로 새벽녘 서울 용산에서 전라선을 탔다. 전주를 지나면서 나를 제외한 모든 승객이 서로 아는 것처럼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더니, 차창 밖으로 비치는 논밭이 제법 파릇하다. 노란 꽃봉오리가 맺힌 성질 급한 산수유도 금방 스쳐갔다. 그러다 느닷없이 너른 바다와 큰 배들이 등장했고, 열차의 종착역 전남 여수에 도착했다. * 서 너 걸음마다 이순신과 바다 낮 기온이 10도 이상 올라간 푸근한 날이었다. 여수역에서 여행객들에게 차를 빌려주는 아저씨는 큰 눈과 둥근 쌍꺼풀의 전형적인 남방형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역시 남쪽이구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차를 빌려 처음 간 곳은 국보급 목조건물, ‘진남관(鎭南舘)’. 여수 시내에 위치해있고 입장료도 없어서인지 푸근해진 날.. 2011. 4. 27.
가평, 얼음 아래 세상으로부터 벌써 며칠 째 한강이 얼어붙어있는지 모른다. 이런 날씨엔 따뜻한 구들장 아래에서 뒹굴기만 해도 좋을 법 한데, 굳이 밖으로,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가평은 이런 ‘센’ 사람들을 위한 곳 중 하나다. 하긴, 얼음을 깨고 하는 송어낚시나, 눈 내린 잣나무 숲길 산책, 차디찬 캠핑장 공기를 녹이는 모닥불 체험은 여름에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스키 말고도 추위를 즐기는 방법은 많다. @ 얼음 아래 세상으로부터 한 때 북한강으로 유유히 흐르던 냇물이 꽝꽝 얼어붙었다. 단단해진 물방울은 그 위에 사람들이 가득 올라가도 흩어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새로 개통된 신청평역 앞 냇가 이야기다. 1월 내내 송어잡이가 한창이던 이 곳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얼음에 난 작은 구멍을 바라보며 강태공이 됐더랬다. 송어낚시.. 2011. 4. 27.
겨울이 오는 냄새, 경북 청송 겨울이 오는 냄새는 길가 한 쪽에 쌓인 낙엽더미에서도 난다. 한겨울, 방안으로 막 들어온 누군가의 어깨에 실려오는 찬바람 냄새 같기도 한 그것이 낙엽 사이를 비집고 다니다 코끝에 닿는 모양이다. 기세 등등한 초겨울의 향은 바야흐로 푸른 솔밭의 고장, 경북 청송(靑松)에도 진동하기 시작한다. # 청송 여행의 정석, 주왕산과 솔기온천 경북 청송의 주왕산은 옛날 당나라 주왕이 숨어살았다는 명산이다. 그만큼 산이 깊고 비밀스러운 경치를 간직했다는 얘기인데, 역설적이게도 지금 주왕산은 청송군에서 가장 왕래가 많은 곳이다. 특히 겨울의 문턱에 다가선 이 맘 때에는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주왕산은 등산로 초입 대전사에서부터 보는 이를 압도한다. 산을 지키는 사천왕처럼 버티고 선 기암 때문이다. 대전사 대웅전 .. 2010.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