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31 고창, 붉은 흙에 물드는 붉은 단풍 가을이 간다. 늦기 전에 시 한 수 읊으며 붉은 단풍 아래에서 그보다 더 붉은 술 한잔하고, 바람처럼 흩어질 가을을 즐기는 호사를 부려보자. 노릇노릇하게 익은 풍천장어 소금구이는 안주. 술은 복분자로 담근 것이고, 읊을 시는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바람’이라던 서정주의 “자화상”이다. *붉은 흙에 물드는 붉은 단풍 고창 어딘가를 달리다 차를 멈췄다. 주변을 둘러보니 멀리 어리는 높은 산 앞으로 고만고만한 구릉 밭이 펼쳐진다. 무 배추가 한창 자라는 밭도 있고, 아직 작업이 남은 노란 논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제 막 수확을 끝낸 듯 비어있는 붉은 땅. 고창의 흙은 붉다. 땅이 열매도 물들이는 걸까. 고창의 특산물은 덩달아 붉은 빛을 띤다. 복분자는 겉과 속이 모두 검붉고,.. 2010. 11. 21. 기찻길 옆 한약사랑방, 제천 날이 제법 쌀쌀해졌다. 너무 더웠던 여름을 지낸 터라 찬바람이 반갑다. 다만 초가을 바람에 색이 바랜 나뭇잎 따라 마음도 알싸해지는 것이, 어디든 훌쩍 바람 쏘이러 다녀와야만 할 것 같은 충동이 인다. 홀가분하게 떠나는 길, 자유낙하하는 낙엽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기차를 이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에는 영동선, 충북선, 중앙선이 교차하는 청풍호반의 고장, 충북 제천에 다녀왔다. *기찻길의 사랑방, 제천 기차를 타는 것은 정해진 운명을 따르는 것과 같다. 시각에 맞춰 열차에 올라타기만 하면, 우리는 누군가 놓아둔 철로와 정해진 노선을 따라 예정된 장소, 약속된 시간에 도착한다. 물론 출발시각을 맞추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열차 대합실에서 종종 목격되는 플랫폼으로 전력달리기 하는 사람이 그 증거다. 본.. 2010. 11. 21. 경남 남해, 멸치 마늘 다랑이논 그리고 집밥 여름의 막바지, 어느덧 무릎을 넘겨 자란 벼가 익기 시작했고 성질 급한 논은 벌써 노란빛이 돈다. 이미 올해 첫 수확이 이뤄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밥 힘으로 사는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소식이라, 이번엔 특별한 쌀 재배지를 다녀왔다. 경남 남해 다랭이마을과 그 일대가 이번 여행지인데, 그렇다고 남해가 어떻게 특별한가 묻는다면 좀 난처하다. 카메라에 담기 힘든 남해바다의 절경은 물론, 다랭이 마을의 지게길 정경과 밖에 나와 먹는 집밥의 감동을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어떻게 온전히 전해줄지 걱정이 앞선다. * 다랭이 마을의 아침 새벽부터 밥을 하시는지 주인아주머니 움직임이 부산하다. 한지로 마감한 방문으로 삐걱거리는 나무마루 소리와 아침 빛이 투과된다. 주섬주섬 챙겨입고 나선 산책길. 여름의 막바지.. 2010. 9. 6. 마지막 선 혹은 소개팅 선 혹은 소개팅의 한계를 느끼다 어제 마지막 소개팅 아니 선을 봤다. 이제 더 이상 부모님(전부 엄마쪽이긴 했지만)을 통한 만남은 그만하겠다고 선언하는 날 이 사람의 번호를 받았다. 일의 선후는 이 사람의 번호를 받은 날 속에 있는 말을 꺼낸 것 뿐이지만, 적어도 가족에게는 선언의 형태가 아니고선 표현이 안되는게 천성이다. 선을 그만하겠다고 선언한 이유? 부모님을 통한 자리에서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는 너무 적나라한 이윤추구 같아서랄까. 한계를 느꼈다. 나와 어떤 기억도 공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지극히 피상적인 ‘참하다’ 착하다 어느 대학출신이다 설계사다 회계사다, 경우에 따라서는 편부모이긴하지만 본인 명의로 아파트가 있다더라 등등의 정보부터 얻고 싶진 않다는 것을, 그런 소개에서 마음을 열기가 사실상 .. 2010. 8. 8. 포도밭 옆 갯벌 생태여행, 화성 경기도 화성 기행 경기도 화성 여행에 대한 느낌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의외로 한적하다는 것이다. 서울과 가까운 곳이면 으레 사람들로 붐빌 것 같지만, 화성의 여행지는 지방의 여느 시골보다도 한적하다. 게다가 생태학습과 연관된 여행지가 많아 배울 거리도 많다. 모두가 도시로부터 멀리 떠나려는 휴가철에 나만, 혹은 우리만 서울에서 1시간 거리의 경기도 화성으로 마실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거주지가 수도권이 아니라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말이다. * 마법 같은 시간의 갯벌, 제부도 화성의 드라이브코스부터 밟아보자. 동쪽보다는 서쪽이 좋다. 수원과 인접한 동쪽지역은 식당 등이 요란하게 밀집해 있는 것이, 영 부담스럽다. 좀더 한적하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만끽하려면 위해서는 빈 바다와 여름 포도농장이 펼쳐진 서쪽으로.. 2010. 8. 8. 혈액형과 별자리 혈액형과 별자리가 첫 만남에 미치는 영향 혈액형과 별자리.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맺는데 이것을 참고한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이것과는 전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지낸다. 나? 나는 중간쯤 된달까. 내 주위 어떤 친구들은 '걔는 A형이거든'이란 말을 종종, 아니 상당히 자주 하며 지내고, 또 어떤 친구들하고는 혈액형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이후로 거의 말을 꺼내본 적이 없으니까. 왜 그 영화 '달콤살벌한 연인'이던가 거기서 남자주인공이 여자가 혈액형으로 뭔가를 설명하려고 할 때마다 불편해하던 모습 그게 나다. 솔직히 말해 나는 내가 매우 흔한 성격으로 묘사되는 A형도 O형도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고, 내 별자리가 보수적인 땅의 성질 중 하나라는 점이 불편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직장에서는 이런 소재의 이야기.. 2010. 8. 8. 이전 1 ··· 34 35 36 37 38 39 다음